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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든솔 May 19. 2024

무겁게? 가볍게?

무거울수록 빨리, 가벼울수록 오래

 … 띠리리링


 모닝콜이 30분은 넘게 울린 것 같다. 뜨거워진 휴대폰의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11시. ‘내일은 꼭 진하게 운동해야지’ 결심하며 맞춰놓은 모닝콜이 오늘도 나를 깨우지 못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친다. '오늘 운동은 쉴까...'


 내 운동 계획은 보통 자기 전부터 시작한다. 별을 봐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느지막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눈을 뜨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시간 반 정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 점심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시간, 출근을 준비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 등을 계산하면 10시 즈음에 일어나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렇기에 늘 자기 전에는 모든 운동 계획을 세워두고 결연한 마음으로 알람을 맞춘다.


 물론 제시간에 일어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잠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이기도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늦게 잔다는 것.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왜 이리도 휴대폰을 놓기 어려운 걸까. 매일 눈을 뜨면 잠깐 흔들리지만 다시금 약해진 마음을 잡고, 오늘은 헬스장에 가기로 결심했다. 운동복을 주섬주섬 집어 들고 물통과 함께 문을 나서며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11시 30분'


 12시 30분까지는 집으로 돌아와야 간단한 식사를 하고 출근할 수 있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어제 세운 '수박 같은 어깨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미 물 건너갔지만 '참외 정도의 어깨 만들기' 까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적 있는 ‘30분 안에 어깨운동 끝내기’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엔 부족했다. 어떻게 해야 짧은 시간 안에 가장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을까. 수년간 다닌 헬스장에서의 최적의 동선과 세트 수를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평소보다 무겁게 들기. 그게 내 어깨를 조금이나마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평소처럼 40kg의 바벨로 10번을 들게 된다면 적당한 힘을 쓰고 적당한 만족감을 얻게 되겠지만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평소보다 10kg을 더한 50kg의 바벨로 5번을 들어야만 효과는 그대로, 시간은 절반으로 줄일 수가 있었다. 울부짖을 관절과 낮아질 만족감은 늦게 일어난 과거의 나를 탓해보며 빠르게 원판을 끼웠다. 이렇게 늘 전날 알차게 짜놓은 내 운동 계획은 무너진다. 아침에 눈을 뜬 시간, 그게 나의 운동 시간을 결정한다. 일찍 일어난다면 적은 무게로는 오래, 늦게 일어난다면 무거운 무게로 짧게.



저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아시나요?
이제 당신이 그 이유를 아는 두 번째가 될 거예요

 천문학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고백이지 않을까. 한 과학자가 본인의 연구를 세상에 발표하기 전, 약혼녀에게 했던 로맨틱한 말이다. 발표 예정이었던 연구는 '별이 빛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었고, 과학자의 이름은 한스 베테이다. 그리고 그는 훗날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별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별 내부에 가득 찬 수소 때문이다. 별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수소들은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위로라도 하는 듯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찾아 모인다. 그렇게 4개의 수소가 만나게 되면 조금 더 무거운, 헬륨으로 합쳐지게 되고 그들의 새로운 삶을 축하라도 하는 듯이 빛이 방출된다.


 우주에 있는 수많은 별들은 모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빛을 낸다. 수소를 장작 삼아 활활 타오르며 온 우주를 밝게 물들이지만, 장작을 모두 태운 별들은 결국 생을 마감하며 저마다의 멋진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언뜻 보면 수소를 많이 가진 별은 태울 장작이 많아 오랫동안 타오르며 빛을 내고, 수소를 적게 가진 별은 금방 수소를 소진해 짧게 생을 마무리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확히 그 반대다. 거대하고 무거운 별은 그들의 웅장한 크기와 힘 때문에 수소라는 장작을 너무 빨리 소비해 버린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하게 타오르는 생애를 보내고 마지막 순간에는 폭발하며 우리에게 더 큰 빛을 선물한다. 반면, 작고 가벼운 별들은 꾸준하고 느긋하게 수소를 태우며 빛을 낸다. 멋진 최후를 맞이하진 않지만 온 우주에 잔잔하고 오랜 빛을 선물하는 게 가벼운 별이다. 이렇게 밤하늘의 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를 비춰준다. 무거운 별은 강렬하게, 가벼운 별은 잔잔하게.


은하수 ⓒ수지어린이천문대장, 신용운


 짧은 시간에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려 빠르게 운동을 끝낼 것인가. 적당한 무게를 오랫동안 들어 올려 긴 시간 운동할 것인가. 고민해 봤자 결국 아침의 내가 결정한다. 하지만 두 운동 방법 모두 나에겐 필요한 운동 방법일 것이다.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무거운 것을 드는 날도, 상쾌하게 일어나 먼저 알람을 끄며 운동을 나서는 날도, 더 나은 나를 위한 한 걸음이 아닐까. 무거운 별과 가벼운 별 모두가 조화롭게 빛나야 아름다운 우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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