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안드레이-니콜라이
1.피에르
피에르 베조호프는 <전쟁과 평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으로 안경을 쓴 뚱뚱한 체격의 남성인데 그는 비록 사색아지만 아버지인 키릴 베주호프 백작의 총애를 받아 그의 막대한 유산을 전부 물러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모스크바 최고의 거부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모든 사교계 사람들의 다정한 환대와 만찬 초대를 받게 된다. 덕분에 피에르는 자유롭던 이전과는 다른 억압되고 짓눌리는 듯한 삶을 살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바실리 공작(쿠라긴)은 자신의 딸인 아름다운 엘렌을 그와 결혼시키고자 한다. 엘렌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피에르는 자신이 실수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엘렌과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하기 전, 자신이 했던 불행에 대한 의심은 사실이 되고 만다. 엘렌은 부정을 저지르고도 태연하였고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불화의 끈에 피에르는 괴로워한다. 결국 피에르는 불화를 참지 못하고 모스크바를 떠나게 된다.
삶에 대한 회의와 방황으로 고통스러워하던 피에르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데 이오시프 알렉세이비치라는 프리메이슨을 만나게 된다. 그는 피에르에게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묻고 삶이란 궁극적으로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 이에 피에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에 대한 태도에 감명을 받고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게 된다. 프리메이슨 화원이 된 피에르는 자신의 영지로 가서 개혁을 시도한다. 병원과 교육기관을 짓고 농노들의 생활을 개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피에르는 삶의 기쁨을 느끼고 겪지 못했던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계몽에 대한 의지와 삶을 변화시키고픈 마음, 선의 추구와 진리에 대한 해답은 톨스토이의 삶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였고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피에르는 톨스토이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톨스토이는 실제로 프리메이슨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도 했다. 주석에 따르면(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주석)톨스토이는 프리메이슨의 사상의 목적에는 동감했지만 프리메이슨이 사용하는 의식은 부정적이였다고 한다. 또한 피에르는 성공하는 존재가 아니다. 피에르는 계몽을 시도하지만 그의 서투른 의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농노들은 생활이 윤택해지지 못한다. 톨스토이도 실제로 젊은 시절의 계몽시도를 하지만 실패한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피에르는 긍정적인 인간상으로서만 다루어지는 인물이 아니라 톨스토이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피에르가 다시금 우울해 있을 때,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이오시프 알렉세이비치한테서 조언을 듣고 일기를 쓰게 되는 것으로 알 수 있는데 톨스토이 또한 방탕한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쓴다.
피에르를 통해서 삶에 대한 회의에 대한 대안을 얻기 위한 고투를 시련에 대한 사투를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전쟁과 평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와 맞닿아 있다. <전쟁과 평화>가 다루는 궁극적인 주제인 삶과 죽음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2.안드레이
피에르와 함께 <전쟁과 평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이다. 그는 원대한 야망을 가진 뛰어난 공작으로 나폴레옹에 대한 경이를 품고 있으며 자신또한 툴룽(나폴레옹이 처음으로 부각된 전투가 있었던 장소)을 바라는 사내이다. 그는 전쟁에 참여하길 원했고 실제로도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는 영광과 명예로 빛나는 황금빛의 툴룽이 있는 것이 아닌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이 찾아오고 그 어떤 이유도 없이 파편에 사라져버리는 목숨과 연기가 휘날리고 소음이 귀를 찌르는 벌판이 있을 뿐이었다. 환호성과 포탄소리가 요동치고 안개가 찾아오면 아무도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전장에서 안드레이는 처음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과연 진정한 영광이란 존재하는가. 그저 사람이 죽고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허무감이 느껴지는 안드레이는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쓰러지게 되는데 그때 그의 눈에는 하늘이, 청명하기 그지없는 무한한 하늘이 그의 눈앞에 펄쳐진다. 무한에 비하면 10년이든 20년이든 1년이든 전부 똑같다. 나폴레옹이든 농노든 구분할 수가 없다. 안드레이는 무한한 하늘 앞에서 이 세상에서 전쟁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느낀다. 그에게는 하늘말고는 아무것도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안드레이는 죽음으로 침잠하고 있던 차에 나폴레옹이 그에게 찾아오게 된다. 나폴레옹은 안드레이를 보고는 그를 살리기 위해서 의사를 부르고 그는 구사회생하여 프랑스군의 포로가 된다. 그토록 고대하던 나폴레옹과의 만남에서 안드레이는 이전과 다른 감정을 느낀다. 더 이상 나폴레옹이 위대한 거인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평범한 인간과 똑같은 피와 살을 가진 인간. 창으로 찌르거나 칼로 베어버리면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져 버리는 나약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안드레이는 무력감에 빠진다.
아우스터리츠 전투를 끝으로 돌아온 안드레이 공작은 그 뒤로 전장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는 피에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삶의 회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계몽에 힘쓰게 되는데 피에르와는 다르게 당시 진보적인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미하일 스페란스키와 협력하거니 농민들을 위해서 그들의 처우를 개선한다. 의지만 앞서고 행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피에르와는 다르게 그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사교계에서 또 다른 명성을 얻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삶에 대해서 상실과 실의를 품에 안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도 세상과 삶의 정확한 진리를 확립하지 못했다.(이는 피에르도 마찬가지이다.)죽음이 가져오는 허무와 공허는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안드레이 공작은 톨스토이의 나름의 이상적 인물상으로 보이는 유능한 인물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한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피에르와 안드레이는 친구이면서 비슷하다. 둘은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며 톨스토이의 분신과 같다.
3.니콜라이
로스토프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쟁과 평화>에서 가장 재밌는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청년인 니콜라이 로스토프도 안드레이 공작과 같이 전쟁에 참여하여 그곳에서 죽음에 경계를 경험하게 된 사람이다. 말에서 떨어져 사경을 헤매며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그는 어딘가로, 자기 자신조차도 모를 어딘가로 비틀대며 걸어간다. 그 과정에서 니콜라이에게도 처음으로 안드레이와 같은 세상의 무의를 느끼게 되는데 이후 기적적으로 러시아군에 의해서 살게 된 니콜라이는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안드레이와 다르게 군에 대한 기피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군대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데 그리하여 승진도 하고 군 내에서 신뢰도 얻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니콜라이는 나름 이상적인 군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니콜라이를 통해서 우리는 제정 러시아의 군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니콜라이가 부상당한 동료를 찾아서 병원에 방문하게 되는 장면인데 여기서 니콜라이는 고통스럽고 괴로움의 처절한 현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 간 그곳에서 평화 협정이 맺어지게 되어 화려한 군중들과 왁자지껄한 군인들 틈을 배회하게 되는데 이 대조는 <전쟁과 평화>에서도 가장 훌륭한 대조라고 할 수 있다.
세 인물들을 통해서 <전쟁과 평화>의 탁월하고 단단한 구축성을 느낄 수 있는데 특별히 설명한 이 세 인물 말고도 나타샤와 마리아 공작 영애와 같은 특별한 인물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