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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Jan 15. 2023

브랜딩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들

섬세하고 치밀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도 결국 시작이 중요한 거니까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하다 보면 뭔가 가닥이 잡히겠지."


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나는 이 아이디어가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퍼스널 브랜딩을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페르소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의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이 아닌 대중들에게 나만의 이념과 생각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절제된 모습을 조각하는 행위 아닐까. 문득 게임 캐릭터에 비유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게임과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테니 대부분 아시리라 "추측"되는 메이플스토리를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육성 게임들은 모든 유저에게 캐릭터를 "생성"하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 이름, 헤어스타일 등의 다양한 외모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아주 중요한 과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주사위 굴리기"이다. 지금은 이미 사용자 편의를 위해 능력치가 자동 세팅 되어 나오지만 메이플스토리가 처음 나왔던 시절에는 정말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기계처럼 마우스로 주사위를 굴리며 내가 원하는 능력치의 배분이 나올 때까지 영혼 없는 클릭을 이어가야만 했다. 물론 그러다 원하는 능력치가 나왔음에도 관성 때문에 클릭을 해버려 놓쳐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그때마다 나는 "절망이란 무엇인가"를 몸소 체험해야만 했다.


이 과정이 바로 퍼스널 브랜딩에 굉장히 중요한 "청사진 설계"의 단계이다. 내가 만들어 가는 캐릭터가 나아갈 방향. 나는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라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단계이다. 내가 궁수가 될 것인지 마법사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끝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면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여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좀 두루뭉술해도 괜찮다. 하지만 목적지 없이 달려드는 것은 돛단배 하나 타고 목적지도 나침반도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게임 캐릭터라면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이다. 빠르게 삭제 후 새 캐릭터를 생성하면 되니까.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리셋버튼이 없다. 굳이 신체능력을 주사위에 빗대자면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고 게임이었으면 선택사항인 "국적/진영" 혹은 "특성"에 빗댈 수 있는 "성격"이라는 것도 거진 반 강제로 선택된 채로 생성된 3차원의 캐릭터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사위를 다시 굴릴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생체 주사위는 없지만 우리에겐 "능력 주사위"가 아직 남아있다. 내가 이름 붙인 이 "능력 주사위"는 우리가 성장해 가면서 관심을 가졌던 것들, 그리고 그 관심으로 시작된 학습과 체험을 통해 쌓인 경험치들. 그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아닌 "창조"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사위를 내 입맛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명확한 큰 그림, 청사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느 세월에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식을 쌓고 경험을 쌓아 주사위를 만들겠는가.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으로부터 퍼스널 브랜딩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서 "안광"이 보인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쌩쌩하고 활력이 넘쳐 보인다는 뜻이다. 그 예시는 가까운 지인에게 그의 최근 빠져있는 취미에 대하여 가벼운 질문 정도만 해보아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숨도 쉬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내가 이 취미를 본인과 같이 해야 하는 이유"를 쏟아내며 우리를 설득하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과 함께 그에 대한 나의 경험과 견해를 적절히 섞어 나만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내게 된다. 만약 그 방향이 본인이 원했던 캐릭터가 아니라면 그냥 가볍게 "체험판"으로 여겨도 좋다. 분야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도 "퍼스널 브랜딩"의 핵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번의 체험판을 경험해 본 여러분은 이제 퍼스널 브랜딩의 "유경험자"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좋지 않은가. 정말 추구했던 퍼스널 브랜드의 정착 확률이 더욱 높아졌을 테니 말이다.


여기까지는 당장 브랜딩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조바심이 자꾸 생긴다는 분들을 위한 임시방편이라면 사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다.


지금의 나 역시도 결국 유년기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초년생의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페르소나의 본체일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겠다며 며칠 밤낮을 고민하여 신중하게 만들었다는 이제껏 살아온 나와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캐릭터라면 그 캐릭터의 깊이는 어느 정도 될까. 이는 비단 인격체뿐만 아니라 상업 브랜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나이키만 보아도 그 짧은 슬로건 "Just Do It" 하나를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당장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 조바심이 날 수 있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은 결국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러니 조금 더 섬세하게, 조금 더 치밀하게 빚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눈 두 개의 높이는 일치하는지, 코를 거꾸로 붙이지는 않았는지 찬찬히 공 들여 살펴보자. 어떻게 보면 이 새로운 페르소나의 입장에선 내가 자신을 만들어낸 신이라는 뜻인데 신이 계획도 없이 대충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얼마나 공허하겠는가.


나 역시도 여전히 나만의 페르소나를 구축해가고 있는 입장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브랜딩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그대들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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