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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 Seoro Jan 18. 2023

숏폼의 유행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사라져가는 우리의 집중력

나는 가끔 릴스의 유혹에 넘어가곤 한다. 보지 말아야지, 얼른 꺼야지 하면서도 정신 차리고 보면 두시간이 그냥 사라져 있었고 그럴 때 마다 나는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젖어들었다. 그저 조금 짧은 형태의 콘텐츠들일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불만이었던 걸까.


현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가장 거대한 콘텐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은 모두 숏폼 콘텐츠를 위한 기반이 만들어져 있다. 최대 60초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 주어지는 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챌린지"의 형태로 유행하고 있다. 재미있거나 멋있어 보이는 콘텐츠가 나타나면 너도 나도 따라하며 그 거대한 관심의 파도에 올라타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챌린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춤을 따라하는 "댄스 챌린지", 혹은 약간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숏폼 미디어인데 도무지 이 형태의 미디어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 역시도 이런 콘텐츠들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유행이 달갑지 않은 걸까. 오랜 고민 끝에 두가지 이유로 추려볼 수 있었다.


"무분별한 생산"과 "속 빈 강정"


"무분별한 생산"

숏폼 콘텐츠에는 기획 단계가 없다. 물론 처음 그 챌린지를 만든 사람은 당연히 기획 과정을 거쳤겠지만 그 챌린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그저 수 많은 숏폼 콘텐츠를 계속해서 돌려보다 문득 "어? 이거 좀 많이들 만드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면 그 포맷으로 자신도 동일한 콘텐츠를 찍어 올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절차를 몇 번 거치다 보면 최초 기획자의 의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지만 애초에 최초 게시자 역시 그저 재미로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냥 똑같은 콘텐츠가 사람만 바뀌어 계속 나타나게 된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그 영상이 그 영상 같아서 질린다.


이러한 형태는 사실 플랫폼을 넘나들며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숏폼 시장은 틱톡이 이끌어 가는 형태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포맷이 약간의 시간이 지나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분명히 최초에는 각자의 개성이 확고했을 테지만 이제는 그저 이름만 다른 같은 성격의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실 틱톡으로 넘어가도 그만이지만 아쉽게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익숙한 플랫폼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이 그저 앱 하나 지우고 새로 설치하는 것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히 적응하지 못할까봐 무섭다.


"속 빈 강정"

이 주장은 여러 번 펼쳤으나 꼰대라는 핀잔을 꽤나 많이 듣게 만들었던 애증의 주장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꼰대라면 꼰대 해야지 뭐. 숏폼에는 내가 모든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교훈"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이게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누구도 영상에 담지 않는다. 유일하게 숏폼 콘텐츠를 그나마 잘 쓰고 있는 플랫폼을 꼽으라면 "유튜브"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최소한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숏폼을 예고편처럼 활용하여 주어진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에게 내 영상의 킬링 포인트들만 추려내어 호기심을 유발하고 자신의 진짜 메인 코스인 본 영상도 시청하게끔 유도한다. 그래서 3대 플랫폼 중 숏폼 콘텐츠를 보기에 가장 손이 덜 가는 플랫폼이지만 가장 애정이 가고 완성도가 높은 곳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세상의 흐름은 짧은 콘텐츠로 흘러가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도 마케터로서도 분명히 이 점을 활용해야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항상 나의 신념과 반대로 행동해보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숏폼의 소비량이 늘어날 때마다 점점 사람들의 집중력이 짧아지고 있는 것만 씁쓸한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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