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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Jan 29. 2024

나의 영화 같은 영화

“딸, 영화보러 갈까?”


학창 시절 나에게 영화관은 익숙한 공간이었다.

집 주변에 영화관이 있었던 덕분일까?

아니,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자주 다녔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익숙한 단어, 영화에 담긴 수많은 나만의 의미들이 참 좋다.

그중에서도 나와 관련된 영화의 의미를 풀어볼까 한다.

일단 옛날에는 말이야.




영화 = “가족시간”


아무래도 예전에는 지금처럼 OTT가 잘 되어있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 영화가 나오면 가족 다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다. 아빠는 거의 매주 볼 영화가 생겼다며 예매하곤 했는데, 가족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예매한 것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이 좋았다.

영화관 주차장을 벗어나,

뭘 먹을지 의논하며 오르던 계단.

영화를 기다리며,

펌프와 농구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오락실.

영화가 시작한다며,

주변 포스터를 모은 뒤 설레는 마음 가득히 들어간 상영관.


이 모든 순간들의 기억이 생생하다.

시야는 어두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영화 = “( ) 공간”


시간이 흘러

코로나로 인해, 대 OTT 시대로 인해 영화관에 위기가 찾아왔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으니 점점 빈 공간이 되었다.


나 역시, 조금씩 바쁜 K-학생이 되었고

‘영화 보러 갈래?’라는 말을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연인에게 건네며

틈틈이 영화를 보러 다니곤 했다.


그렇게 영화관에도, 나의 영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영화 = “변화, 영화, 일화”


일상처럼 다니던 영화관을 특별한 날에만 다녔다.

하지만 최근 특별한 영화로 인해

영화관으로 향하는 것이 다시 일상이 되었다.

2개의 영화였다.


우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먼저 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

인생영화의 기준은 다양하다.

많이 본 영화, 인상 깊은 영화 등.

머릿속으로 당신의 인생영화가 떠올랐길 바라며,

내 20대의 인생영화는 <라라랜드>다.



해당 영화 특유의 화려한 화면에 빠지고 웅장한 노래들에 휘감기기 위해서는 영화관 만한 공간이 없다. 아니 영화관이 필요했다. 그런데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뭐?

당장 티켓을 끊었다.

비싸긴 했지만 충분히 값어치가 있으리라 생각했고,

생각이 맞았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바로 재예매를 했다.

그렇게 다시 영화관이 일상이 되었던 첫 번째 순간이다.


두 번째 영화를 말하기 전,

최근 영화관은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특별 상영관은 물론 스포츠 중계와 팬미팅, 토크 콘서트를 새로운 콘텐츠로 선보이며 쏟아지는 OTT들 속 영화관은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 콘서트 필름, 즉 아티스트의 공연 실황을 녹화한 영상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런.

코로나로 인해 이전 공연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을 보며, ‘저런 걸 보러 가는 사람이 있을까?’ 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실제와 영상의 차이가 극명하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ㅎㅎ.. 그렇다. 내가 봤다.

나에게 유독 의미 있던 콘서트가 있었고, 그 콘서트가 상영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이름은 <비투비 타임 : 비투게더 더 무비>



처음엔 ‘오.. 내 아티스트도 이런 걸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시간 나면 보러 가지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왜냐면 난 이미 콘서트를 1번도 아닌 ‘올콘’으로 다녀왔거든.

그러다 진짜 시간이 나버렸고, 하필 또 학교 주변에 화질과 음질이 끝내준다는 용산 아이파크몰이 있고, 게다가 자리도 기가 막힌 자리가 남아있었다. 어쩌겠어. 보러 가야지. (?)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오열을 했다.

옆에 앉아계시던 분이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실 만큼.

마치 그 공연장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당시의 추억과 감정이 떠올랐고, 빵빵한 사운드와 생생한 화면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즐기니 쾌감은 물론 진심으로 행복했다. 콘서트의 비하인드는 덤.

진심으로 행복했고 즐거웠고 따뜻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비관람자와 관람자의 콘서트 필름에 대한 시선과 반응도 재밌었다. 비관람자 시절 ‘그런 걸 왜 봐?’라고 이야기하던 과거를 반성하며 바로 재예매를 했다.

그렇게 다시 영화관이 일상이 되었던 두 번째 순간이다.




“영화=”

일상에서 비일상까지, 또 비일상에서 다시 일상이 되기까지.

상황도 주변도 과정도, 심지어 영화와 영화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의 영화관은 나에게 몽글몽글한 따뜻함을 주었다면,

새로운 영화관은 나에게 신선하면서 즐거운 따뜻함을 줬다.

이런 변화들은 참,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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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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