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캉스가 뭐라고
이번 여름 나의 인스타를 뜨겁게 달군 것이 있다. 바로, 촌캉스.
스토리도, 게시물도, 심지어는 알고리즘까지 촌캉스로 도배된 정도였다.
나는 궁극적인 물음이 생겼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촌캉스에 환장하는 걸까?
A: 트렌드에 뒤처질 수 없지
B: 뭔가 새로운 걸 체험하러 가는 것도 있고...
C: 힙하잖아~
촌캉스가 트렌드고 체험이고 힙이란다…
나는 촌캉스가 왜 트렌드고 힙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는 촌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풍년 딸내미
나는 강원도 XX군 XX읍에서 자라왔다. 시내에서 만나자 하면 롯데리아 앞에서 만나는 게 국룰인(사실 읍내다), 스타벅스란 존재하지 않는, 부모님이 이마트를 가자고 하면 설레는 그런 촌 동네.
초등학교 2개, 중∙고등학교 남녀 각각 1개뿐이라 대부분의 친구가 15년~20년지기는 당연한 정도이며, 한 다리만 건너면 모든 동네 사람을 다 아는 정도의 동네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부모님 덕분에 어르신들까지 다 알게 됐으며 내가 모르는 어르신들도 ‘아 너 거기 풍년 딸내미구나~’하며 나를 알고 계실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은 길 가다 10발짝에 한 번씩 인사를 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작은 동네라는 소리다.
특히 맞벌이하는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 집에서 자주 지내왔는데, 할머니 집은 내가 살던 곳보다도 더 들어가야 하는 면 단위 동네였다. 할머니 집을 가면 아궁이로 불을 때고 화장실은 푸세식을 사용하고 밤에는 위험하니 요강을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던 어찌 보면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곳에서 자라왔다. 할머니 밭에서 고추를 따고 비닐하우스 정리도 하고 메뚜기를 잡아먹기도 했던, 그런 유년 시절을 지낸 나에게 촌캉스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 않겠느냐?
바캉스란 자고로 호캉스가 최고지
나에게 촌은 일상이기 때문에 촌으로 바캉스를 가는 자체가 어색한 말인 것이다. 그럼 너는 바캉스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라는 물음이 생겼을 수 있다. 나에게 바캉스란 무조건 호텔, 리조트이다.
럭셔리하고 뷰 좋은 곳에서 밥을 먹고, 삐까뻔쩍한 로비를 다니고, 크고 넓은 수영장과 부대시설을 즐기는 등 서비스로 도배된 곳을 가는 게 자고로 바캉스가 아닐까?
촌캉스를 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서 자라고 높은 고층 건물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촌이 가진 조용하고 한적하고 자연이 가득한 곳을 가는 것이 물론 바캉스일 수 있고,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그런 곳에서 20년을 살아온 사람은 촌은 일상이고 집일 뿐, 바캉스를 즐기는 공간으로 매력적이게 느껴지진 않는 것이다.
I ♥︎ 서울
사실 나는 그냥 도시를 좋아하는 거 같다.
처음 상경을 했을 때의 일을 말해보자면 난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가 살던 곳과 너무 다른 곳이어서 너무나 신기했고 건물들이 빽빽하고 뻔쩍뻔쩍한 걸 보며 내가 가지고 있던 서울에 대한 환상이 실제가 되었다. 사실 아직도 나는 강남을 가는 것이 너무 좋고 한강 다리를 건너는 걸 너무 좋아한다. 그 다리를 건널 때면 내가 서울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도시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난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
배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