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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카이브 Nov 01. 2024

내 퍼컬은 그레 이색이야

내 정체성은 내가 정해

 요즘 애들은 다 한다는 셀프 분석. 첫 만남 자기소개를 한다 하면 이름, 나이, 성별 뒤에 꼭 붙는 그것들. 어느샌가 이상형 조건이자 취업 조건에도 붙는다고 하는 그것들. 테스트 하나 떴다고 하면 친구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장악하는 그것들. 셀프 분석에 환장한 에디터 맹구가 하나씩 해본 후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내 MBTI는 CUTE

 MBTI 분석에 환장한 ‘그’ MBTI. MBTI 밈과 짤 데이터베이스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그’ MBTI. 누군가에게는 씹프피라며 비난당하는 ‘그’ MBTI. 에디터 맹구의 MBTI는 사실 CUTE가 아닌 INFP이올시다. 사실 어느 집단에 가서 MBTI 질문에 INFP임을 밝히면 대부분 이와 같이 반응한다. “나 완전 인프피 콜렉터야. 인프피 너무 착하고 귀여워. 무해해.”

 아니다. 착하지 않다. 아주 유해하다. 내 안에는 아주 무시무시한 흑염룡이 거주하고 있다. 정말 미안하게도 인프피는 겉과 속이 매우 다르다. 착한 포장지를 3겹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그런 좋은 말들을 들을 때마다 자괴감이 매우 심하게 오곤 한다. ‘내가 저런 좋은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자기검열에 시달린다. 아마 모든 인프피들은 이에 공감할 것이다.


똥 못 싼 거 아니고 그냥 워스트 컬러라 그래요

 퍼스널 컬러는 참 어렵다. 디자인 감각은 젬병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봄쿨? 여름딥다크? 에잇 다 모르겠고. 아무튼 사실 에디터 맹구는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한 번 받아본 적이 있다. 당시 받았던 결과는 가을웜뮤트였는데, ‘아 그래요?’ 반응이었던 맹구와는 달리, 그걸 들은 친구들은 믿을 수 없다며 어디 가서 진단받았냐고 물었다. 절대 가지 않을 거라며 말이다. 심지어는 진단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 사실 그 정도인가 싶다 - 그래서 실제로 그 후 누군가가 ‘퍼스널 컬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진단받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죄책감도 종종 느꼈다. 이에 자칭 퍼스널 컬러 전문가 친구들은 내게 ‘너는 백퍼 봄웜이야’라며 내 돈을 아껴주었다.

 요즘엔 퍼스널 컬러가 패션이나 메이크업에 영향을 참 많이 미친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로 한 날 화장을 공들여 하고 싶어서 - 에디터 맹구는 화장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 유튜브에 메이크업 꿀팁을 검색했는데, 퍼스널 컬러별로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마련되어 있더라. 친구들이 맹구의 퍼컬을 봄웜으로 판정해 줬지만, 애석하게도 맹구는 봄웜의 색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만약 봄웜 관련 제품을 발견한다면 맹구에게 강력 추천해 주기를 바란다.


MBTI 유료검사 하는 사람 이거 추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강남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모르는 사람에게 붙잡혀 애니어그램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 실제로 에디터 맹구는 도믿맨들을 잘 쳐내지 못한다 - 처음 들어보는 테스트여서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유료 성격 검사였던 것. 성격 검사에 환장한 에디터 맹구는 강남 길 한복판에 서서 30분가량을 결과까지 귀 기울여 들었더랬다. 정확한 검사는 아니었기에, 본 아티클을 작성하면서 한 번 더 해보았다.

 무료 검사였기에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에디터 맹구는 ‘평화주의자’, ‘탐구자’, ‘조력가’, ‘개혁가’의 결과를 얻었다. MBTI 결과보다 훨씬 정확해서 읽는 내내 더욱 재밌었다. MBTI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에 친구와 검사 결과를 공유하며 3시간 동안 떠들었던 적이 있는데, 애니어그램으로는 5시간 내내 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혹시나 이와 관련한 주제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에디터 맹구에게 연락해 주기를. 애니어그램 담소를 꼬옥 함께 나눠주기를.


용띠들아 삼재 끝났다

 사주 맹신걸인 에디터 맹구는 처음 사주를 접했을 때 실제로 이리저리 많이 휘둘렸다. 가끔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미리 사주를 통해 운세를 보곤 했는데, 그 때마다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일어나지 않은 일들조차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되던 것도 안될 정도로 걱정을 해대니, 일이 잘 풀릴 수가 없었다. 그런 맹구에게 친구가 해주었던 말이 하나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사주 맹신자라면 도움이 될 만한 말이기에 슬쩍 공유해 본다. ”그럴 땐 사주를 역이용해 보면 된다.” 역이용하라니. 내 운명을 거스르란 뜻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그냥 사주 탓을 하라는 것이다. 그날 하루 일이 잘 안 풀렸다면, 자신의 탓을 하기보다는 그냥 오늘의 사주는 그랬나 보다 생각하면 된다.

 올해 초, ‘왜 이렇게 힘들지’ 싶을 때 즘 인터넷에 용띠가 올해 삼재라는 말을 들었다. 활기차게 신년 계획을 세웠을 때의 기운은 다 어디 갔는지, 삼재라는 말을 보자마자 기운이 확 죽었더랬다. 그랬던 2024년이 끝나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2025년을 일찌감치 준비하는 콘텐츠들 덕에 내년 행운의 띠가 용띠라는 말을 들었다. 제발 올해는 잘 되기를. 그리고 다른 모든 사주들도 큰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언제나 감당하지 못할 행복과 버틸 수 있는 만큼의 고난이 있기를. 혹시나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주를 이겨낼 힘을 갖기를.


ENFJ 연락주세요

 바야흐로 자기 PR의 시대. 주관적인 설명들로 나를 설명하기 보다 객관적인 기준과 분류로 나를 설명하고 싶어 하는 요즘. 분석 결과를 서로 공유하며 나를 알리고, 타인의 결과와 비교하며 나와 그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분류하고, 그 집단에 대한 밈과 짤을 만들며 웃고 재밌어하고 공감한다. 이번 아티클에 매우 잘 드러나 있듯이, 셀프 분석에 대한 흥미가 꽤나 있는 에디터 맹구 또한 아마 죽을 때까지 이 행위를 즐거워할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디터 맹구는 늘 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조심하려고 한다. 분석 결과로부터 만들어진 정형화된 이미지가 비슷한 카테고리 안의 다양한 사람들을 동일하게 묶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사람은 모순적인 동물이기에, 항상 일관될 수 없고, 어떤 건 나를 설명할 수 있지만 어떤 건 나와는 전혀 다르다. 어제는 싫었던 것들이 오늘은 좋다. 나와 잘 맞을 줄 알았던 사람이 미워지기도 한다. 공통점을 찾아 유대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차이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자세를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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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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