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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마 Feb 01. 2023

독자가 브런치에 글을 써도 될까요?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낯설다.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이 좋은지는 글을 보면서 알게 되었지만, 정작 내 글을 사람들이 보는 곳에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것이 처음이라 갑자기 마이크가 손에 쥐어진 기분이다. 대본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연을 해야 하는 기분이다. 읽는 사람을 겨냥한 글쓰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시작하는 글쓰기, 뭔가를 바꾸고 싶어서 크게 쓰는 글, 그런 것들은 잘 모르겠고 독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읽기에 관련된 팁을 올리려 했었다. 이렇게 읽으면 편하고 이런 방법을 시도하면 읽는 생활이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은 정보글보다도 글을 올리는 사람을 궁금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통해 생활을 나누고 공감을 얻고자 한다. 그래서 읽기 방법보다는 읽는 생활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쓰고 싶다.


나는 독자라는 정체성이 가장 큰 사람이다. 책을 고르고 읽고 책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 재미있다. 취미는 북카페 찾아다니며 큐레이션 비교하기, 관심분야의 신간 구경하기, 작은 서점에서 책 사기,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좋아한다’라는 말보다 ‘어떤 책을 좋아해?’라는 질문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좋아한다는 말로 소개될 수 없는 다채로운 사람들이다. 문보영의 <일기시대>를 읽는 사람과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는 사람이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읽는 사람이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결이 다를 것이다. 사소한 일상을 확대해 보는 사람과 사회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을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묶어놓을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느슨한 연결이 존재한다.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어떤 사람의 성격을 대변한다는 오해와 재미없고 정적이라는 이미지에 맞서온 경험, 그리고 세상을 비슷한 방식으로 궁금해한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들어와 있는 독서토론 동아리에서도 다른 공동체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안정감이 있다. 끝없이 만들어지는 다양한 컨텐츠, 그걸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자기만의 책들을 서로 소개해주기.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행복의 물레방아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책을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글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들이 많다. <책과 우연들>에서 알아본 김초엽은 SF소설들의 애독자였고 어슐러 르 귄도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에서 독자로서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들과 나 자신을 아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글쓰기가 읽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쓰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2월에도 열심히 읽고 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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