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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판다 Jan 26. 2023

이름이 뭐예요?

ID: 인터넷 속 여러 이름들

본질을 잊지 말자고 항상 다짐한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바뀌지 않는 본질을 알고 지키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에는 핵심 목표와 지표를 확인하고, 책을 읽을 때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본질을 찾는 습관이 가져다준 질문이 있다. ‘내 존재 자체를 제외하고, 나를 설명하는 대상 중 나와 가장 떼어내기 힘든, 내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내린 답은 ‘이름’이다.


인터넷상에서 사용하는 ID는 가상세계의 이름이다. 이제껏 내가 사용한 ID들을 되돌아보며 내 본질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글로 스토리판다의 스토리를 시작한다.




     

ddoik - 5살

'또익이'는 어릴 적 내 별명이다. '이기고 또 이긴다'라는 뜻이다. 목사셨던 친할아버지께서 성경 구절을 따와 지어주신 별명인데, 할아버지께서 세상에 나온 나를 처음 보시던 날에 딱 세 줄을 적어주셨다고 한다. 유치원 시절의 나는 - 엄마의 도움을 받아 - 이 별명을 싸이월드와 한메일 ID로 사용했다.


이름 조승우

한자 趙勝

별명 또익이


'승우'라는 이름의 발음과 '이기고 또 이긴다'라는 뜻 모두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어릴 적에는 뜻에 대해서 몰랐으나, 한창 삶에서 잃고 방황하던 고등학생 때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지어주셨는지 알았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남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겨내며 살라는 마음에서 지어주셨을 듯 하다.



evre1234 - 11살

이 ID는 지금 나와는 가장 상관없는 ID다. 무려 포켓몬스터에서 따온 ID. 한창 닌텐도 DS 게임에 빠져있던 때에 좋아하는 포켓몬들 이름의 첫 자음을 영타로 쳐서 만들었다. 1234는 그냥 길이 맞추려고 붙인 것 같다.


e - 디아루가

v - 펄기아

r - 기라티나

e - 다크라이



ddoikafaf - 16살

중학교 3학년 때 고입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 쓰고 내 삶을 되짚어보기 시작하면서, ID를 새로 만들어 자기 정체성을 다지려 했다. 별명 '또익이'를 다시 살렸고, 당시 친구들과 나누던 대화에서 조각을 모아 새 ID를 만들었다.


ddoik - 또익이. 나 자신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함.

a - alpha. 이 뜻은 비밀임.

faf - five assemble forever.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5명의 친구들을 가리킴.


16살은 ID에 다시 나 자신을 담기 시작함과 더불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읽으며 내 철학을 시작했던 때이기도 하다. 당시 읽었던 <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등은 아직도 내 사유의 기초 근육이 되어준다.



woominous - 21살

승우(Seungwoo)의 'woo'와 '어둠에서 빛나는'이라는 뜻의 'luminous'를 합친 ID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도 ddoiakfaf를 ID로 사용했는데, 21살이 되어 자기 브랜딩과 UX디자인 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나를 표현할 ID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woo - 승우(Seungwoo)의 woo

luminous - '어둠에서 빛나는'


이 ID는 오래 사용하지 못했다. 불길하다는 뜻의 영단어 'ominous'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chowinwoo - 21살

woominous를 대신하여 나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ID다. 영어 표기 그대로 choseungwoo를 ID로 쓰기엔 특색 없는 것 같아서 '승' 자를 의미대로 적었다. 이 이름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chowinwoo - 조승우를 비틀어 씀.



storypanda - 22살

'스토리판다'는 2년 전 이 맘 때 티스토리 블로그 이름으로 만든 이름이다. 판다를 워낙 좋아해서 지었는데, 이후로도 내 부캐 이름으로 쓰고 있다. 브런치 이름도 스토리판다!


story - 나만의 이야기.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panda - 판다 곰. 애니메이션 <쿵푸판다>에서 영감을 받음.

storypanda = 나만의 이야기(story)를 파는(dig), 판다(panda)를 좋아하는 나.



seungwoo.sp - 23살

지금 쓰고 있는 ID다. 결국 나는 나여야 하고, 나와 가장 가까운 단어는 '승우'다. 나를 설명할 방법을 바깥에서 찾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정한 이름이다. 부캐 storypanda의 약자를 살짝 얹었다.


seungwoo - seungwoo

sp - storypanda




지금껏 사용해온 ID를 쭉 정리해보니, 또익이에서 출발해 다시 승우로 오는 여행이었다. 남다름보다 자기있음을 추구하자는 다짐과 결이 같다. 내 삶의 모든 질문과 답은 나에게서 나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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