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나가줘야 하나?
며칠 전 만난 지인이 묻는다.
"올해 어디 안 나가요?"
"아직. 계획이 없어요."
"왜요? 다들 나가는 분위기던데요. 코로나도 이제 끝났고."
이런 질문에서 어디는 바로 해외인 것을 우린 다 알고 있다.
'나만 너무 코로나에 갇혀 있었나 보네, 다들 해외에 나가는구나. 한번 나가줘야 하나?'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홈쇼핑 채널 여기저기에서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도 요즘 종종 해외여행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것 같기도 하다.
멀리는 못 가더라도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라도 다녀와야 대화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나 역시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갑작스러운 불안과 욕구.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폭풍 검색에 들어간다.
'어디 가볼 데 없을까? 요샌 얼마나 들지?'
일 년에 한 번씩은 공항샷을 찍어서 인별에 올려야 내가 잘 살지는 못해도 남들과 비슷하게 그럭저럭 살고 있음을 확인받는듯한 느낌이랄까.
'항공료랑 숙박비에 체류비까지 하면, 안 되겠다 그냥 가지 말자.'
우리 부부는 코로나 터지기 바로 직전 다녀온 뉴욕을 마지막으로 여행 휴지기에 들어갔다. 간혹 다녀온 국내여행 1박 2일이 다일뿐. 우리의 가늠자는 3년 전 여행에 머물러 있다.
'물가가 올랐어 바보야. 세상이 변했어.'
'꿈의 여행을 이룬 후에 남는 건, 바로 사진과 추억.'
다들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기억하실 것이다. 이후 '섹스 앤 더시티'를 거쳐, '가십걸'까지 난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각족 미드를 보면서 뉴욕에 대한 환상과 동경 비스름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JFK에 발을 디디게 된 그날, 그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 보면 여전히 뉴욕은 나에게 최고의 여행지였고 다시 가봐야 할 내 마음속의 1번이다. 그런데 뉴욕을 또 가기엔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현실의 벽이 있다.
그리고 뉴욕은 솔직히 단기 여행으로 다녀오기엔 너무 짧다. 볼 것이 너무 많다.
못 가본 곳이 많고 궁금한 곳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뭐랄까, 뉴욕에서 느꼈던 흥분과 즐거움을 줄만큼의 여행지를 찾는 것이다. 꿈꿔왔던 여행지에서 기대 이상의 감흥을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할 것이다.
'거기 가려면 OO을 한번 더 가는 것이 낫지.'
올해 설 연휴 동안 170만 명이 공항을 찾았다는데 나는 제주도도 가지 못했다.
'올여름에는 어디 나갈 수 있으려나?'
갑자기 항공사 마일리지를 뒤져본다. 아직 좀 더 모아야 해.
'근데 마일리지 정책이 바뀌었네. 에라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조금 더 모아 '괌'에 다녀오는 것이다. 동남아는 선택지에 없다. 남편이 더운 나라를 질색하기 때문에. (까다롭기도 하셔)
'그나저나 연휴에 뭐 했다고 하지? 시댁이랑 친정 다녀온 것 밖에 없는데....'
*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