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영호 Sep 15. 2024

대화의 중요성

2024년 9월 15일 목요일

언젠가부터 아이가 학원선생님이 자신을 무시하고 불공정하게 대한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기질적으로 예민한 부분도 있고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의심이 확신이 되고 그 확신이 증오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학원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고 말았다.


이전까지 아이의 생각을 받아주기도 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설득하기도 하고, 학원을 다니는 본질적인 목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사실 이지경이 되기 전에 여러 번 학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아이가 오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고, 혹시라도 상황이 악화되어 학원을 옮겨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에 선생님과의 상담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원을 더 이상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더 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어떤 방법으로 학원 선생님과 소통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만 남게 되었다.


최선의 방법은 아이가 직접 상담을 신청하고 솔직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방법을 권유해 보았지만 예상대로 아이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아내와 상의하여 여러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상담을 신청하는 내용으로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왔고 예상대로 선생님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것 같았다. 이후 선생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아이의 상황을 설명드렸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입장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과,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주고 아이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아이에게도 선생님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다음날 학원에 가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득하였다.


아이는 선생님을 어떻게 볼 것이며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릴 것 같다며 선생님과의 대화를 너무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아이의 인생에 있어 공부보다도 중요하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기회라는 설명을 통해 아이를 설득할 수 있었다.


다음날 학원에 다녀온 아이의 얼굴은 너무도 밝았다. 본인의 오해가 컸다는 것과 문제가 있으면 용기를 내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은 것 같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는 얘기를 하며 이전과는 180도 다른 상황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사람은 대화를 해보기 전에는 그 속을 알기가 어렵다. 물론 그 대화라는 것이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관계에 있어 대화를 통한 소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인내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나는 아이의 눈에 펼쳐질 세상이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한다. 이번에 주어진 소중한 경험이 아이의 머릿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신적 건설의 과정에 있어 하나의 큰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