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차 암스테르담 직장인의 장단점 파헤치기
처음에 암스테르담 주재원으로 왔을 때만 해도 이곳에 짧게 머물겠거니 했는데 어느새 6년째 여기 눌러앉았다. 직접 살아보니 네덜란드, 그중에서도 암스테르담이 유럽 취업 장소로 최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내가 느낀 장단점을 자세하게 공유해 본다.
1. 영어 의사소통
일상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한다. 아무리 영어가 잘 통한다는 북유럽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슈퍼마켓 직원과 택시 기사같이 고등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영어를 못 해서 여행할 때 어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 중에서는 단연코 영어를 제일 잘하는 국가일 것이다.
2. 국제 교통편
기차: 유럽에서 제일 자주 방문하고 싶은 도시라면 아무래도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이다. 세일 기간에 맞추어 쇼핑과 맛집 탐방을 하기 좋은데, 해당 두 도시는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너덧시간이면 도착한다. 비행기에 비해 연착 위험이 적고 복잡한 짐 검사가 없기 때문에 나는 파리와 런던은 무조건 기차를 타고 간다.
물론 이 두 도시 외에도 가까운 벨기에, 독일, 프랑스 여러 도시들은 저렴한 가격에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기 좋다. 우리 회사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이 재택근무인데, 금요일 오후에 기차를 타고 업무를 보다가 도착지에 가서 짐을 풀고 주말을 신나게 즐기고 오기에도 좋다.
항공편: 암스테르담 스키폴은 허브 공항이다.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뿐만 아니라 여러 항공사에서 2024년 기준 무려 262개 도시로의 직항을 운영 중이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나라가 작기 때문에 암스테르담 도심 한복판에 살아도 국제공항까지 기차로 30분이면 도착한다.
나는 암스텔베인 (Amstelveen)이라고 하는 암스테르담 남쪽에 있는 작은 근교 도시에 사는데, 우리 집에서 버스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공항에 도착한다.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지만 공항 가는 길이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웬만한 유럽 도시들은 직항 비행기로 서너 시간이면 도착하고, 뉴욕도 8시간밖에 안 걸린다.
3. 쾌적한 주거환경과 자연
암스테르담 한복판만 아니라면 주거환경이 매우 쾌적하다.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오지만 큰 거리 몇 개만 제외하면 서울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어 다니기 편하다. 게다가 암스테르담은 서울 면적의 약 1/3 크기라서 근교로 나가도 암스테르담 시내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아 편하게 암스테르담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나를 예로 들자면 내가 사는 암스텔베인에서 암스테르담 시내 한복판까지는 대중교통으로 30분 대로 갈 수 있고, 암스테르담 남쪽에 있는 사무실까지는 고작 4km 거리라서 보통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암스테르담과 가까운데도 곳곳에 공원과 강이 있어 자연을 만끽하기에도 좋다.
특히 파리와 런던을 다녀오면 이 장점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아직도 이 두 도시는 지하철을 타면 데이터가 터지지 않고, 특히 파리의 경우 대중교통 연착이 너무 잦아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놓친 적도 있다. 급하게 우버를 타도 워낙 길이 막혀 소용이 없으며, 대부분 파리와 런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살인적인 월세 비용 때문에 먼 근교에서 사무실까지 왕복 두세 시간 출퇴근은 기본이다.
4. 높은 관공서 편의도
물론 한국에 비하면 느리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프로세스가 매우 투명하고 빠르다. 많은 부분이 아날로그인 남부 유럽 국가에 비해 디지털화도 잘 되어있어 세금 신고 및 각종 관공서 방문 예약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유럽 내 다른 국가에 거주하다 온 직장 동료들을 보면 다들 입 모아서 네덜란드 관공서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으며 현지 언어를 몰라도 일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5. 외국인 세금 혜택
이후 별도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인데, 외국인이 네덜란드로 일자리를 위해 이주한 경우 5년 동안
과세표준에서 30% 감면을 받는다. 즉 십만 유로의 연봉을 받는다면 3만 유로에 대해서는 세금을 일절 내지 않으며 나머지 7만 유로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여되며 투자로 얻은 수익금에 대해서도 별도 세금이 없다.
1. 날씨
암스테르담은 위도가 높아 11월부터 2월까지는 하늘이 계속 우중충하다. 해를 보기 어려우며 비바람이 잦아 한겨울에도 영하 3도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실제 기온보다 훨씬 더 춥게 느껴진다. 가을 겨울에 매일 비타민 D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현지 사람들은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휴가 가는 경우가 많다.
2. 꽃가루 알레르기
당연히 암스테르담의 공기는 서울보다 훨씬 맑다. 나는 서울에 살 때에는 봄만 되면 황사와 미세먼지로 비염을 달고 살았는데, 의외로 암스테르담에 와서도 이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회사나 집에 도착한 다음 꽃가루 때문에 1시간가량 눈물 콧물이 줄줄 나올 때가 있다. 이 시기에는 미리 꽃가루 관련 예보를 확인해서 알레르기 약을 미리 먹고, 선글라스와 마스크까지 챙겨 풀 무장을 해서 다닌다.
3. 외식
암스테르담의 외식 물가는 매우 비싸며 질이 낮다. 맥도날드 세트 메뉴가 보통 10유로 초반이고,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일반 식당도 메인 메뉴가 보통 20 - 25유로 선이며, 물이나 음료 주문 시 인당 30유로 정도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외식을 매우 좋아해서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여러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아다녔었는데 높은 가격에 비해 파리와 런던만큼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파리와 런던이 전 세계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이 많다지만, 동일한 가격에 비해 퀄리티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부 유럽의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저렴한 가격에도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파는 동네 맛집이 많은데 암스테르담은 그것마저 찾기 힘들다.
재미있게도 외식 문화는 처음 암스테르담에 왔을 때는 큰 단점으로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오히려 건강한 집 밥을 자주 먹으면서 외식비를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구권 국가 거주 장점으로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점과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많이 언급된다. 그중 유럽의 경우 높은 워라밸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암스테르담 역시 그러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적지 않았다. 유럽 내 여러 국가들을 여행과 출장으로 다니면서 아직까지는 네덜란드가 유럽 내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취업지라고 느낀다.
물론 이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장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내가 느낀 점이며,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