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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균탁commune May 04. 2023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병원!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내가 나의 우울증을 인정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처음으로 병원을 간 곳은 정말 오랜 시간 상담을 했었다. 그리고 의사의 결론 '아주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약을 세게 처방해야 겠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우울증 약을 먹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우울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고? 우울증을 느끼기에는 밤낮없이 잠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의사가 처방한 약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먹는 약이었다. 그런데 의사가 처방한 약에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수면제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약을 먹고 병든 닭처럼 잠만 잤다. 정말 병든 닭이었다. 회사에서도 꾸벅꾸벅 졸기 일 수 였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읽을 시간도 없었고, 시를 쓸 시간도 없었다. 계속 잠만 잤다. 밥, 밥 역시 먹지를 못했다. 왜 수면제에 취해 자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한 달 반 약을 먹었나? 십오 일이 지나고 나는 거의 잠만 자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생겼다. 아침에도 자고, 점심에도 자고, 저녁에도 자고 밥이라는 걸 자느라 거의 못 먹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열이 39도로 올랐다.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고 버텼다. 그런데 39도의 열이 이틀 연속으로 지속되자 도저히 버틸 힘이 없었다. 늦은 밤 나는 쓰러질 것 같은 정신을 부여잡고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응급실에서는 나를 격리실에 가둬버렸다. 그리고 의사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피를 토한 적 없냐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격리 환자를 대할 때 입는 옷을 입은 의사가 폐결핵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폐결핵 환자가 되어 지방 병원 격리실에 감금되었다. 하지만 며칠 뒤 폐결핵이 아니라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나는 아직도 그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건 못 먹어서라고, 한 달 사이에 나는 10kg이 빠졌었다. 밥을 못 먹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에 폐렴이 찾아온 것이다. 폐렴에 걸려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모두 버려버렸다. 폐렴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다. 단 1초도 잠들 수 없다. 간혹 사람들은 말한다. '불면증이 찾아오면 안 자면 되잖아. 그러면 언제가는 잠이 올거 아니야.' 그건 불면증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다. 불면증은 말 그대로 불면증이다. 며칠 씩 잠을 못잔다. 잠이 올 때까지 버텨보라고, 잠이 올 때까지 버티면 잠이... 안 온다. 그런데 잠을 못 자서 정신은 몽롱하다. 매일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미 늘어난 주량은 멈출 수가 없었다. 하루에 소주 3병은 기본이었다. 3병에서 4병의 소주를 마셔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소주를 마시고 새벽에 잠들어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숙취는 나를 괴롭히는 데 잠은 더 오지 않았다. 더 자고 싶다는 미칠 것 같은 욕망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상 생활을 다 포기하고 낮부터 술을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세 번째 자살 시도, 그 자살 시도를 하게 되었다. 자살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나는 처음 갔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을 찾았다. 그 병원 의사는 나를 진단하더니 처음 의사와 똑같은 말을 했다.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처음에는 약의 용량을 조절한다고 3일치의 약을 받았다. 먼 거리지만 3일치의 약을 받고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그 의사는 무뚝뚝하게 이렇게 말했다. "어? 아직도 살아있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네. 아직은 살아있네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3일치 약을 주었다. 3일 뒤 다시 그 병원을 찾을 때 의사의 말, '아직 안 죽었어?' 또 어의가 없었지만, 나는 말했다. '네, 아직 살아 있네요.' 의사는 이제 15일치의 약을 주었다. 나는 15일치의 약을 먹고 병원을 찾았다. 술? 술은 약을 먹으면서 완전히 끊었다. 왜냐하면 그 약에는 술이 안 땡기게 만드는 약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이 몸에 맞지 않는 걸까? 우울감은 조금 나아졌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15일 뒤 의사를 찾아 그 이야기를 하자, 의사는 약의 용량을 늘여주었다. 그러니 항우울제의 기운이 몸에 도는 동안은 우울감이 덜 했다. 

 하지만 그때 나에게 중요한 일이 생겼다. 바로 아버지가 쓰러지신 것이다. 나는 의사에게 아버지에 대해 말을 했고, 처방된 항우울제는 나의 우울감을 약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최고로 높은 용량의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불면증도 다시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는 수면제도 함께 처방해주었다. 처음 의사와 다른 점은 밤에 먹는 약에만 수면제가 들어가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최고 용량의 항우울제와 술이 땡기지 않게 하는 약, 위장을 보호하는 약, 수면제까지 합쳐서 총 11알의 약을 하루에 복용하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감과 술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다시 심해졌지만, 아버지를 위해 참기로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보여줄게 아직 많아서이다. 

 나는 의사를 찾아가 약의 용량을 늘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는 지금 먹는 약에서 더 늘이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지금이 최고치의 용량이라고... 그건 의사 말이 맞다. 우울증은 항우울제라는 약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마음을 한 번 굳게 먹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쓰러지신 그날부터 돌아가시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1년 넘게 술을 안 마시고 있는 중이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술은 어쩌면 쥐약일 수도 있다. 술을 마시면 극단적인 선택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절대 술을 권하지 마라. 그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아야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의사는 실패했다. 조그만 소도시에 살다보니 정신과가 많이 없다. 사실 처음 의사 전에 대형 병원을 찾은 적도 있다. 그때는 그냥 우울하고 싶어 약을 처방 받고도 안 먹었다. 하루 먹어보고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먹지 않았다. 그러니 진정 첫 의사는 하루 세 끼 수면제를 챙겨준 그 의사이다. 하지만 병원을 바꾸고 나는 조금 나아졌다. 우울증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 줄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지만, 환자가 원하는 대로 약을 오남용 시키지 않는 의사다. 그러니까, 딱 맞는 의사를 고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병원에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알 것이다. 그리고 약을 먹었을 때 효과가 있는 지 없는 지 알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아 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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