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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균탁commune Jul 14. 2023

우울증 환자로 살아가기

죽음이 우리를 부를 때(2)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꺼려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죽음을 가장 먼 곳에 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죽음은 혀끝에 맴도는 아린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자살 그것은 우울증 환자에게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매일, 매순간 혀끝에 아린 말, 죽음. 그 죽음이 머리를 스쳐가는 순간을 견디는 것은 매 순간, 매 시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이다. 정신 없이 일에 빠져보라고? 일에 지칠 때면 죽음은 더 가까이 와 있다. 깊은 잠에 들어보라고? 우울증 환자는 악몽을 꾸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꿈속에도 죽음의 연속이다.

 나 역시 수면제가 있어도 악몽에 잠이 잘 못들며, 잠이 들면 항상 악몽에 시달린다. 그것도 현신한 것 같은 악몽. 무서운 존재들이 나를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다. 가위에 눌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잠이 드는 순간부터 가위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깨어나도 꿈속인 꿈을 계속 꾸는 날도 있다. 내 방 여기저기서 나를 잡아가려는 손이 막 올라온다. 나는 그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소리를 지르려고 한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몸부림치는 것 그것 밖에 없다. 몸부림치고 몸부림치다보면 그 악몽으로부터 벗어나 자리에 벌떡 일어나 있다. 휴~! 한숨을 쉬고 나면 또 손들이 올라와 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나는 또 발버둥을 친다. 휴~! 깨어났다. 그런데 깨어난 것이 아니다. 깨어나고 깨어나고 깨어나는 꿈, 깨어나는 꿈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몽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죽음도 익숙해진다. 죽음과 같은 존재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우울증 환자가 죽기 전에 시그널을 보낸다고? 나는 어떠한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자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살을 꿈꾸는 사람이 살려달라는 시그널을 보낸다고 생각하지 말라. 어떠한 시그널도 없이 갑자기 당신의 곁을 떠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만큼 죽음과 가까이 붙어 살기 때문이다. 죽는다는 두려움, 그 따위는 무감각해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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