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리키

공항동

by TH

가끔, 본가에 들러 점심을 먹고 나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리키 카페, 카페를 넘어선 무언가를 담고 있는 곳. 그곳은 무언가 다르다.


리키 카페가 들어서기 전 그곳은 오래된 지물포였다.

동네가 생길 때 하나쯤 함께 생기고

동네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지물포

더 이상의 효용가치가 사라진 공간에 전혀 다른 카페가 생겼다.


외관을 전혀 바꾸지 않고, 내부도 기존 골조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아마 누나가 그곳을 추천하지 못했다면 몰랐으리라

바로 맞은편에 꽤 세련된 카페가 있었거든


리키 사장님은 지물포에서 오직 하나 통창만 바꾸셨다.

리키의 공간은 참 특별하다. 4-5평 정도 되는 공간의 중간을 비우고 테두리를 따라 작은 좌석이 8개 정도 된다. 한쪽에선 사장님이 쉴 새 없이 커피를 만들고 로스팅을 위한 기계가 차지하는 걸 보면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싶게 소박하다.


P20251129_141001297_EE49BD76-33AD-409C-8652-AD884D901F77.HEIC 리키 만의 소셜 네트워크 - 온전히 리키스러움 -


작은 스피커 2대가 심장 고동처럼 일정한 박자를 -아마도 edm- 연주하고 리키의 가장 큰 심벌이라 할 수 있는 바다에서 놀고 있는 사장님 사진이 가장 큰 인테리어 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에 과하게 시간과 노력을 들인 곳을 가면 저도 모르게 마음과 행동을 경건히 하게 되는데

리키는 그런 것이 없다. 자유롭고 또 편하다

KakaoTalk_20251020_011503643_02.jpg 사장님 텐션 정말 갖고싶다


리키의 통창

통창 너머로 사람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한쪽 창 너머로 점점 울창해진 나무의 초록빛은

동네의 한 복판에 있는 카페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누가 저런 인테리어를 할 수 있겠는가. 빌라의 시작을 함께 한 것 같은 나무일 텐데

리키 사장님은 그 나무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려 한 듯하다.



커피 맛

리키의 커피 맛은 특별하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리키를 계속 찾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이 커피 맛이다.

로스팅된 커피를 기계로 내려도 이 정도의 맛을 제공하는 카페는 흔치 않다.

커피는 본연의 역할 - 맛으로 각성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 을 실행하고 여운을 준다.

이 여운을 파고드는 건, 리키 스피커의 edm 박자와 피곤했던 나를 바라보고 한마디 던져주는 리키 사장님의 배려 깊은 한마디 "피곤하신 것 같은데 커피 맛 괜찮으실까요?"

KakaoTalk_20251020_011503643_01.jpg

매우 괜찮습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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