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 번은 겪었을
저녁을 먹으려고 치킨을 주문했다
먹을 땐 어떻게든 뭔가를 보려 하는데
건축학 개론을 틀었고
글을 남겨본다
주인공 승민은 건축학도였으며 건축사무소의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첫사랑 서연은 승민에게 제주도의 집 설계를 의뢰하는데
승민과 서연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정릉이 누구 무덤이냐는 교수의 말에 온갖 정 씨를 꺼내드는 서연은 놀랍게도 승민과 등하교 길이 일치한다. 서연이 그은 등굣길을 따라 그으며 승민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처음이었을 이 두근거림은 하굣길 같은 버스 안에서 서현을 발견하고 같은 정류장에서 내릴 때까지 유지된다.
내가 사는 동네를 여행해 보라
건축학개론의 첫 과제를 기분 좋게 떠난 승민의 카메라 프레임 안으로
서연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릉에서 말을 트고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만의 공간으로 거듭날 이 빈집은 과거의 시작과 끝을 담담하게 바라본다.
승민은 그야말로 대학교 1학년 남자아이, 그러니까 그 시절의 나와 닮았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순간에 가슴 뛰고
인연을 바라고 소심하게 기대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부풀린다.
혼자 기다리고 혼자 꿈꾸다가 원치 않던 현실을 맞이했을 때,
골목어귀에서 승민은 그저 숨어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승민이 서연과의 인연을 끊어 내던 한마디의 잔 떨림은 서툴고 자기중심적인 아픔을 표현한다.
손목 내기, 뽀뽀 같은 작은 순간에도 환희하던 아이는
시간이 흘러 힘들게 들이마시던 담배를 공기처럼 함께하는 골초가 되어
서연의 모든 말을 비틀어 받아치는 아이 같은 어른이 되었다.
첫사랑은 잊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잊을 수 없는 한 명이 있다.
첫사랑 때문에 혼자 웃고 함께 하길 희망하지만
누구나 희망을 현실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첫사랑과 함께 하는 순간은 결국 흘러가고
기억이라는 앨범의 한 귀퉁이에 새겨진다.
언젠가 다시 이 앨범을 꺼내 들었을 때
그때의 내가 과거의 순간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젠 말할 수 있는 건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 봐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마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 갈 때
내 마음속으로 쓰러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 제주 바다 앞 서현이 돌려받은 앨범, 전람회 '기억의 습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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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appy.designhouse.co.kr/housing/housing_view/101/4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