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칠렐레팔렐레 Feb 18. 2023

세분의 본색 단상

06 사람에 대하여...

내게는 유난스레 인연 깊은 '베씨 아저씨'와 '류씨 아저씨', 그리고 '알씨 아줌마' 이렇게 세분이 계시는데, 이분들과의 인연이 시작된 때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충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세분의 성격은 그야말로 삼인삼색이셔서 한꺼번에 곁에 계시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한분씩 계실 때는 정말로 그 성격이 독특하셔서 내가 지루할 새 없이 이제까지의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세상을 지배하는 “삼등분의 법칙”이란 게 있는데, 이 세분들에게서도 신기할 정도로 똑같이 나타난다. 굴절 없이 직선적인 Red와 같이 확실한 자기 존재를 과시하고 싶어 하시는 알씨아줌마는 치맛바람의 고수이시다.


에너지가 약해서 계신 듯 안 계신 듯하지만, 꽤나 깐깐하셔서 꼭 원인과 결과를 남기는 Blue를 닮아있는 '류 씨 아저씨'는 한번 오시면 반드시 원인이 해결될 때까지 곁에서 날 괴롭히는 그로코 로만 스타일 레슬링의 최강자이시다.


문제는 '베씨 아저씨'이시다. 이 양반은 워낙 가리는 게 많으셔서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Yellow를 닮아 낮도 많이 가리시면서 한번 삐지시면 제법 뒤끝이 있어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 두신다.


이런 까탈스러운 세분을 곁에 두고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세분을 미워만 할 일도 못된다. 무언가 집중하다 보면 창 밖에 어둠이 내린 것도 모를 정도니 세상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세분이 날 좋아하겠는가 말이다.


앞으로는 세분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자 모든 것이니, 존재의 가치를 지닌 세상의 모든 것들과 상생해야 할 일이지 않던가?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색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