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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머리 Mar 02. 2023

결혼이라는 시장에서 나는 얼마일까

그냥 내가 부자가 되기로 했다


부모님과의 다툼 그리고 추가된 남자친구와의 다툼으로 인해 나는 의도하지 않은 객관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도대체 다들 어떤 부분이 마음에 그렇게 안 드는 것인지 멀찍이서 분석해 보기로 했다.


일단 부모님이 내 남자친구를 내 결혼상대로 탐탁지 않아 하는 부분을 한 줄 요약해 보자면 '내가 너무 아깝다'라는 것이다. 이게 흔한 부모님의 내 자식 올려치기인지 아니면 정말로 누가 봐도 내가 아까워서 이러는 건지 판단해 보기 위해 결정사(결혼정보회사) 등급표를 찾아보았다. 뭐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다는 게 수능 점수도 아니고 정확한 점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걸로 먹고사는 업체가 전문적으로 결혼을 위해 등급을 나눠논다는 게 어느 정도 일리는 있을 것 같아서 참고해 보았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 등급표를 찾다가 느낀 점은 대다수 회사들이 직업으로 사람들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논외가 있는데 여자일 경우는 직업보다도 부모님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본다는 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아서 씁쓸했다. 물론 직업이 다가 아닐 것이다. 나이나 외모, 학벌, 지역, 성격 등등 다 수치화돼서 최종 점수를 매길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직업이 등급으로 나뉘는 데 사용되는 지표라는 것에서 최종 점수에 가장 많은 포션을 차지하는 건 직업(이라고 쓰고 연봉이 아닐까)이라고 유추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커플은 깔끔하다. 왜냐면 평범한 부모님을 둔 우리는 사내연애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둘 다 직업별 등급을 보면 중간 아래다. (우선 나를 일등 신붓감이라고 생각되는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얼른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이렇게 비즈니스화하니까 갑자기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떠올랐다. '결혼은 인생 최대의 인수합병이다.'라고 생각한 그는 사랑에 빠져서 인생 최대의 인수합병을 망쳤다. 근데 우리는 이 대사에 공감했다. 왜냐면 현빈은 초 대기업 재벌아들이니까. 사는 세상도 움직이는 돈도 평균의 사람들과는 다른 어나더 레벨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웃음이 나왔다. 재벌도 아닌, 결정사에서 몇 등급씩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등급 내에서 지금 이렇게 서로의 스펙을 운운하며 저울질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물론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말한 크다면 크고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들. 하지만 내 학위 때문에, 또는 직업 때문에 결혼이 발목을 잡힌다는 건 내가 애초에 결혼을 잘하려는 목적으로 그것들을 성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나에게는 문제가 안된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뿌린 만큼 거두고 싶은 보이지 않은 욕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의 당사자인 나는 돈과 직업이 반려자를 선택할 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몇 가지는 가치관과 개그코드이다. 가치관이 잘 맞는지, 개그코드가 잘 맞는지 이런 것들은 점수로 매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사에서 100% 매칭이 안 되는 것도 그들의 매칭 등급이 매번 합리적이지 않는다는 반증 아닐까?


사랑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저울질하는 게 결혼이라면 그냥 내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를 더 성장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같이 올라가면 그게 가장 이상적이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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