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는 언어치료였다. 지나가는 간판에 하나둘씩 보이는 언어발달센터나 언어치료실들이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개별적인 언어수업을 받게 된다. 또 감각적으로 예민함이 있었던 터라 감각통합 치료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두 돌인 내 아이는 눈맞춤이 되지 않았고 이름을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다.
귀가 안들리는건 아닐까 하여 보라매 병원 이비인후과를 가봤지만 청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안들리는건 아닌게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지 않지만 노래소리가 들리거나 아주 작은 기계음에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는걸 보면 청력에 이상이 있는건 아니었다.
두돌 조카를 최근 보게 되면서 느낀 것은 내 아이는 포인팅이 전혀 없었다는 것.....
공동 관심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아이들은 관심있는 사물을 포인팅하며 엄마와 시선을 공유하거나 엄마가 가르치는 곳을 아이가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두 돌 조카는 두 번째 손가락을 어찌나 꼿꼿히 들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포인팅을 계속 해서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타면 민망할정도로 포인팅을 하는걸 관찰할 수 있었다.
내 아이는 타인과 흥미나 관심을 공유하는 행동 자체가 없었으며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엄마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 손을 원하는 곳에 가져다 둠으로써 해달라고 요구했다.
내 손을 마치 도구처럼 사용하는 듯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아동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초기 결함이 바로 공동관심이다.
시립 어린이 병원에서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고 난 때가 두돌 무렵이었는데 12년 7월 생인 내 아이가 14년 8월 정도 진단을 받았고 시립 어린이 병원의 낮병동 ABA를 대기해두었으나 이건 15년도 3월에 입학할 수 잇었다.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기에는 골든 타임을 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설 센터를 찾아갔다.
ABA행동 발달 연구소에서 두 돌된 내 아이가 종일반 수업으로 ABA수업을 시작했다.
가장 어려서 선생님들이 많이 귀여워하고 예쁨 받았던 것 같다.
종일 ABA수업이 사설 센터여서 한달에 32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나는 휴직 상태였으므로 남편 월급의 절반 이상이 아이의 치료비에 들어갔다.
ABA치료의 핵심은 응용 행동 분석이라는 이름처럼 아이의 행동을 선행사건, 행동, 후속 결과라는 명확한 ABC구조로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특정 소리를 낼 때(행동) 부모의 긍정적인 반응(후속 결과)가 뒤따르면 아이는 그 행동이 좋은 것임을 학습하고 긍정적인 행동의 빈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화로 치료사는 아이가 보이는 바람직한 행동을 한 직후에 칭찬이나 좋아하는 보상을 제공하여 그 행동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 우리 아이처럼 발달이 느린 아동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치료실에서는 주로 먹는 것과 같은 강력한 보상을 주로 사용한다.
그림카드를 이용한 학습(예: 오리, 호랑이, 펜)에서 아이가 정답을 맞히거나 바람직한 행동(예: 눈맞추기, 요청하기)를 했을 때 즉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놀잇감으로 보상하여 그 행동이 계속 일어나도록 강화한다.
이 반복적인 학습은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것을 넘어서 그림 카드를 통해 주변 사물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인지적인 기능을 끌어올렸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림 카드를 포인팅하며 요구하는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발화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려는 첫 번째 의사소통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ABA행동 발달 연구소에서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6개월의 수업을 마치고 아이는 2015년 3월 시립 어린이 병원에서 낮병동 ABA 치료 생활을 시작했다.
낮병동에 들어감으로서 ABA의 치료비가 150만원정도로 줄어들 수 있었다.
낮 병동의 가장 큰 장점은 엄마가 치료사가 되어 수업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사실 엄마가 아이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있으므로 엄마가 배운다면 집에서도 더 많은 시간 아이에게 좋은 교육자가 될것임이 분명하다.
시립 어린이 병원 종일반에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엄마, 아이, 치료사가 한팀이 되어 아이의 학습 과정과 치료 과정을 매 순간 함께할 수 있었다.
ABA 치료를 통해 사물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것을 그림 카드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는 조금씩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인지하게 되었다.
치료 초기에는 무발화 상태로 인해 또래와 상호작용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ABA에서 배운 반복적인 요구하기, 따라하기(모방), 그리고 눈맞춤 훈력 덕에 기본적인 사회적인 루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려움은 있지만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진학했을 때 ABA를 통해 습득한 구조화된 학습 태도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강화에 기반된 훈련 덕분에 선생님의 지시를 이해하고 따르는 시간이 빠르며 그림 카드와 반복 학습으로 다져진 인지 능력은 학습을 따라갈 때 중요한 선행 기술이 되었다.
ABA가 나의 아이에게는 단순히 특정 행동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배울 수 있는 방법 자체를 가르쳤다고 생각된다.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르며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의 다리가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 아이가 지금은 사회 안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P.S. 나는 아이의 스케쥴과 치료 일지를 매년 작성하는데 그때 작성한 치료 일지를 공유해본다. ^^
아이가 치료를 시작한 때부터 14년째 아이의 치료 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치료실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도 같이 연계해야 함이 아이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나는 파워 J(계획형)임이 분명하다 ㅎㅎㅎ
2015년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엄마와 함께한 수업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