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나무 아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것은 미심쩍고 보통은 재미없는 이야기다.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이야기한다면, 그런 이야기야말로 믿음이 가고
대부분 재미있을 것이다."
-브레히트, 1936
제주에 갔다. 꽃들은 어느새 다 피었다 져버린 뒤.
서운한 마음으로 조천 마을길을 가는데 저 앞이 환하다.
서원 마당에 제주 토박이 왕벚나무가 분홍꽃 흰꽃 흐드러졌다.
꽃그늘 아래서 꽃들의 아름다운 수다를 들었다.
봄이라고, 얼마나 예쁘냐고, 얼마나 고맙냐고,
너희 사람들이 만든 덥고 메마른 땅에서도
아직 봄은 오고 우린 꽃을 피운다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세상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없게 변할지 나는 모른다.
몰라서 다행이다.
모르고 맞는 이 봄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