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수자 언니와의 하루
식물은 빛을 먹을 수 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민족식물학자 팀 플로우먼
설 연휴에 언니네 집에서 밥을 먹었다.
솜씨 좋은 언니가 끓여준 굴떡국과 전, 겉절이, 오징어무침까지 푸짐한 한 상을 대접받다.
작년 이맘때 항암치료를 하느라 힘들었던 언니가 차려준 밥상,
언니는 네가 얼마만에 우리집에서 밥을 먹냐고 기뻐하고
나는 나아진 언니와 이런 날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한참 아프던 어느 날, 모처럼 커피 한 잔을 했을 때였다.
그림 그리던 언니에게 나는 작업 얘길 물을 엄두도 안냈는데 그때 언니가 그런다.
"이제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알 것 같았어.
작업하는 게 즐겁고, 잘되고 그랬는데, 병 때문에 못하게 됐네."
그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언니, 좋겠다!"
나는 내 작업에서 아직 그런 마음에 이르지 못했던 터라 진심에서 부러웠다. 그리고 간절히, 언니가 이제 비로소 찾은 그 길로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언니는 요즘 열심히 자신이 기쁨으로 찾은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만난 식물들을 연필과 색연필로 표현한다.
그 그림이 내 안에 들어와 빛난다.
이 초록,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