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오늘의 시
이전에 세례를 받았었죠, 선택권이 없이,
하지만 이번에는, 신의 은총을 의식해요 -
가장 존귀한 이름에 -
부름을 받았으니, 충만함을 느껴요 -초생달이 떨어져요-
존재의 포물선을 온전하게 그리며, 가득 차오르겠죠,
하나의 작은 왕관으로.
-에밀리 디킨슨
늙은 어머니를 돌보는 데 성심성의를 다하다 병이 났다.
오빠에게 효도할 기회를 주라고 하니 싫으시단다. 왜?
오빠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다, 네 오빠는 바쁘잖아.
나도 바빠, 딸들도 다 바빠.
몰랐던 것이 아닌데도 막상 어머니의 노골적인 성차별을 직면하자 분노가 치민다.
늙어가는 당신을 덜 외롭게 더 즐겁게 해드리고자 애썼던 시간과 수고가 딸 노릇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며
왜 내 삶을 이렇게 보잘것없게 만들었던가...
왜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걸 망설이고 죄의식을 느꼈을까.
문득 펼친 책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나를 향해 쏟아진다.
"저는 양도 되었어요 -저는 그들의 것이 되기를 그만둡니다-"로 시작하는 시는
이젠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 충만해지겠노라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디킨슨은 말한다. 이전엔 "아버지의 품에서 -절반은 의식이 없는 여왕"이었지만 이번엔 "등을 펴고"
"선택하고자 혹은 거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왕관을 선택한다고.
이 삶이 끝나기 전에 나도 한 번은 내 의지로 나의 왕관을 써야 하는데,
그 결심을 하기가 이다지 힘든 데 새삼 놀란다.
오, 에밀리, 당신의 은총으로
내게 왕관을 꿈꿀 힘을 주세요!
내 안에서 차오르는 달을 더는 외면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