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조르노, 아이와 함께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는 햇살이 고요하게 떨어졌고, 다소 습했다. 약 일주일 치의 짐과 도어투도어로 맡겼던 유아차까지 받고 나니, 아이의 짜증이 시작되었다. 렌터카 픽업하는 데 또 시간이 걸릴 텐데, 어쩌나.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끝이 아님을, 숙소까지의 과정을 아이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이탈리아어로 된 커다란 ‘Uscita’ 표지판을 보자마자 흥분한 남편과 나는 둘 다 아이의 마음 헤아리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결국, 숙소까지 가는 내내 가라앉아있던 아이의 기분은, 사랑스러운 테라스가 달린 이탈리아 아파트 - 우리의 첫 에어비앤비 숙소다. - 에 도착해서야 풀렸다.
우르르 쾅쾅, 한 시간쯤 지났을까, 맑았던 로마의 하늘이 어두워지고 우리는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서둘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
우리의 여행에 아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잊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아이를 중심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행하고 잠시 머무르는 그곳에서 아이의 관심사를 함께 찾고, 아이와 함께 마음껏 즐거워해주는 게 아닐까.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샤퀴테리와 치즈에 탄성을 지르던 엄마, 아빠를 아이가 쿡쿡 찌른다. 마트 입구 장난감 코너에서 갖고 싶은 걸 봤단다. 어? 뭐? 아까 그거? 다이소 가면 2천 원 정도에 살 법한 요술봉이라, 오늘은 장난감 사러 온 거 아니라는 단호한 말로 거절했는데. 아이의 입이 댓 발 나왔다. 그럼 로마에서만 살 수 있는 장난감을 찾아보자, 회유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몇 분 간의 실랑이를 벌인 결과, 엄마 패. 그런데 요술봉을 쥐고도 아이는 마음이 덜 풀린 모양이다. 아까 마트 앞에 있던 동전 놀이기구를 못 타게 한 게 또 속상하단다.
그, 그래… 잔돈 생겼으니 한 번 타. 두 개 골라서 타…
놀이기구를 타고나서야 아이는 요술봉을 들고 쇼핑몰을 뛰어다니며 우리의 첫 일용할 양식, 피자! 를 고르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아기 때부터 좋아하던 올리브가 잔뜩 올라간 피자다. 숙소에 돌아와 테라스에 먹을거리들을 차려놓으니 꽤 근사하다. 아이가 자신의 최애 장난감으로 테이블 데코까지 해주니 더 그럴싸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흘려보내는 로마에서의 첫날. 이번 여행, 아이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지금 아이가 바라보는 것과 마음에 두고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존중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네 살 아이도, 우리의 여행 메이트니까, 여행은 서로 맞춰가며 낯선 곳을 살아보는 일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누누야,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로마까지 가서 네가 핑크 요술봉과 공주 요거트를 고를 줄은 몰랐지! 그 요거트 맛없다고 버리고 올 줄은 몰랐지!
여러분, 누누가 놀이기구를 탄 곳은 홈플러스도, 이마트도 아닌 로마 피우미치노에 있는 The Wow-side였답니다… (그리고, 요술봉은 아직 잘 있어요…)
#로마숙소 Casa Relax con Terrazza Panoramica, 부킹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