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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클로이 Jan 19. 2023

프랑스에서 살아남기.

Prologue. 프랑스 살이의 시작

    프랑스 살이가 어느덧 10년 차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난 이렇게까지 프랑스에 오래 살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프랑스에 입국했을 때만 해도 분명히 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티켓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의아해하실 분들을 위해 짧게나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2012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그때, 당시 불어 불문 학과에 재학 중이던 나는 교환 학생에 관한 정보를 우연히 듣게 된다. 같은 과 동기들이 "내년 봄에 교환 학생으로 프랑스에서 불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 봐. 너도 관심 있으면 지원해 봐!". 처음엔 흘려듣고 말았는데 이게 웬걸.. 계속 생각이 나는 게 아니겠는가. 거기다가 나의 가장 절친이던 친구도 갑자기 프랑스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선 '아 이것은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21살의 나는, 겁도 없이 교환학생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2013년 봄, 캠퍼스 프랑스 면접과 대사관에서의 비자 신청을 완료한 후 드디어 프랑스 땅을 밟게 되었다. 사실 큰 기대도 없었다. 다만 어떤 나라일지 궁금했었을 뿐.(이때는 새까맣게 몰랐다. 내가 이곳에서 10년을 살게 될 줄이야...) 교환 학생 수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며칠의 시간이 남아 있어서 파리에서 여행을 한 후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었다. 

    처음으로 보게 된 센 강(La seine). 심지어 난 그게 센 강인지 모를 정도로 프랑스란 나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던 것이 분명하다. 조금 더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처음 타는 파리 지하철은 내겐 정말 충격이었다! (10년 전이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냄새.) 냄새도 냄새지만 쥐가 선로를 가로지르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쥐가 여길 다닌다고? 물론, 지금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조금 좋아지긴 했다. 샹젤리제를 걷다 보니 아직까지도 현실 자각이 되지를 않았다. 그 유명한 노래 가사인 오 샹젤리제 거기에 내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잠깐의 불어 팁!


예전엔 오! 샹젤리제 (Oh Champs-Elysées)라고 생각해서 '오'는 감탄사의 의미구나 라고 생각했었지만, 정작 실제 이 노래의 가사는 'Aux Champs-Elysées'였다. 물론 오 와 발음은 같지만 뜻하는 바는 '-에서'라는 장소를 가르치는 장소 전치사(à) 였다는 것을 알아 두자.



    실컷 간단하게 파리의 주요 장소만 돌아본 후, 나는 같이 온 언니와 함께 Chambéry 행 TGV에 몸을 싣게 된다. 내가 교환 학생을 시작하게 되었던 도시는 샹베리라고 불리고, Savoie 지역의 한 작은 도시이다. 겨울엔 스키 타러 많이들 오는 곳이고, Savoie 지역의 spécialité(특산물 혹은 특색) 중 하나인 하클레트(La raclette) 또는 퐁듀로 유명하다. 내가 3개월간 머물게 될 곳의 위치는 대략 파리 기준 동남쪽에 위치한다.


구글 지도로 본 샹베리의 위치.


    지금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파리에서 도착까지 기본 4시간은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기차역에 내려서 내 몸만 한 큰 캐리어를 끌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올라서 드디어 내가 3개월간 머물게 될 기숙사에 도착하게 된다. 너무 피곤해서 이불도 아직 없는 작은 1인용 침대에 잠깐 누웠다. 

'아 이제 어떡하지'라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막막함. 드디어 프랑스에서 살아남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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