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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씨 Mar 29. 2023

삼월의 어느 한적한 날

근데 콩이는 콩을 싫어해

 학교를 이십여 년 넘게 다녀도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여고 시절에는 어려운 일곱 시 반 등교도 척척 해냈으면서 오후 한 시 수업이 있음에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계단을 오르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오티 수업 하루 정도는 지나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월요일 수업 하나를 넘겼다. 살면서 이런 경험이 없는 내게 수업은 법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올해는 재미로 살아보자 다짐한 순간부터 무모해지는 날을 겪어내는 중이다. 사실 출결 반영이 안 되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생각조차 못 했을 일이다.


 오랜만에 네일을 받으러 갔다. 삼 년 넘게 다니고 있는 샵과 일정을 맞추지 못해 새로운 곳을 방문했다. 공간은 화사했고 선생님은 친절했으며 그의 실력 또한 출중했다. 낯선 곳에서 한 시간 반가량을 몇 없는 대화와 함께였지만, 과도한 관심은 부담스러운 내게 적당한 곳이었다. 결과물도 만족스러워서 다행이다. 이번 봄은 꽤 설렐 예정이다.


 내 친구 콩이는 매번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 생각지 못한 자리에서 전 남자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지난 인연에 속앓이를 오래 하다 겨우 떨쳐낼 시기에 쏟아지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오늘은 동네를 지나오던 중 잠수 이별로 헤어진 전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그는 콩이의 지인들에게 잠수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어떻게 이별을 잠수로 하냐면서. 콩이는 늘 내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내가 시도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해내고 내가 살지 못하는 인생을 부담 없이 살아낸다. 이제는 콩이가 덜 아프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나에게 선사하는 새로움과 행복이 비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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