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본격적으로 ‘결혼식’이라는 걸 준비하게 되면서 이것이 내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결혼식’하면 ‘한다’라는 느낌보다 ‘치르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향이 크다. ‘우리 둘만 잘 살면 되지’ 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말 그대로 식을 치른다는 것은 양가의 부모님과 친척분들, 그리고 친구들 등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우리가 본격적으로 부부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다짐하는 자리이기에 단순히 즐겁고 편하게 다루는 것도 이치가 맞지는 않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요즘은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여러 가지 개인적 이유 등으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거나 추후로 미루는 커플들도 종종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케이스들과는 정 반대로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함께 지내며 살다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경우이다.
서류상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결혼식’이 지니는 의미가 ‘혼인신고’에 비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인신고서’란 얇은 흰 종이 한 장으로 내게는 배우자란 타이틀이 생기고 기혼녀 혹은 이혼 후라면 기혼녀였다는 기록이 남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어쨌든 종이 한 장이다.
이혼을 한다면 내가 살아온 인생 과정의 일부인 발자취 기록이 될 수도 있지만 남은 평생 무탈하게 웅이랑 잘 산다면 평생 남겨질 정부의 공식적인 서류로 남겨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 종이 한 장이 나라는 사람을, 혹은 나아가 나라는 인생을 대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결혼식은 웅이와 나의 직계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까지 포함에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우리가 공식으로 부부라는 것을 서약하고 앞으로 잘 살아가겠다고 약속을 하는 자리이다. 동네 동사무소에 가서 10분도 안되어 끝나는 혼인신고와 달리 결혼식은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드리며 직접 눈을 맞추고 우리가 부부라는 것을 몸과 맘을 다해 약속드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서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다. 양가 부모님뿐만 아니라 먼 걸음 해서 오신 친척분들과 친구들까지 모두들 부부로서의 우리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고 우리 역시 우리가 모시고 초대한 결혼식에 온 분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에 있어 절대 잊히지 않을 중요한 추억 속에 하나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종이 한 장의 힘보다 우리가 직접 행하고 대면하고 마주한 순간순간들의 기억들이 내 맘속에는 더 강하고 크게 새겨질 것이다. 그렇기에 내게는 ‘혼인신고’의 임팩트보다 ‘결혼식’이 지닌 의미가 훨씬 크다.
그만큼 차근차근 내 인생의 별 같은 날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차근차근 잘 준비해 보려 한다. 그런데 시작부터가 쉽지만은 않다. 드레스의 종류는 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지에 감탄을 했다가, 무얼 고를지 몰라 방황하는 생각들 속에 한숨을 돌리다 저만치 않아서 홀로 멍 때리고 있는 웅이 얼굴이 눈가에 가득 들어온다.
‘정말 저 사람이 정식으로 내 남편이 되는 것인가?’
웅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곧이어 우리가 그동안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초단위로 빠르게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간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엄청 웃고 지낼 날들이 이 사람 덕분에 많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