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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Jul 10. 2024

강아지 똥

    

  살짝 비가 오는 이른 아침이다. 손녀 유치원 등원 시간 동안 내가 작은 아들 집에 가 있으면 둘째를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되니 조금은 애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웬만하면 아침에 작은애 집으로 출근한다. 더욱이 비 오는 날이면 내가 더 필요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니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음, 뭐지?” 하는 순간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예쁘게 치장을 하고 털이 북실북실한 강아지 한 마리~한 마리라 말하면 요즘은 안 되려나? 한 분?~와 함께 타는 세련된 여인이 들어왔다. 거의 동시에 바닥 한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강아지 똥처럼 보이는 물체를 보았다. 어른 엄지 손가락만 한 작은 똥이다. 그 조그만 게 냄새가 지독하다.  

 “어머, 어머, 이 게 뭐야!” “어머, 강아지 똥 같네요.”

 ‘나는 아니에요. 강아지 안 키워요. 보세요. 없잖아요.’ 하는 듯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그 순간 강아지를 데리고 있었으면 내 강아지가 똥 싸 놓고 있었던 것 같은 오해를 받았을 것이다. 아니, 강아지를 데리고 있지 않으니 마치 내가 똥을 싸 놓고 들킨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그녀는 능숙한 솜씨로 자기가 가지고 온 가방에서 길쭉한 무엇인가를 길게 뽑아 올리더니 하나를 뜯었다. 비닐봉지이다. 손을 비닐봉지에 쑥 넣고 그 물체를 집은 다음 뒤집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작은 가방에 순식간에 주워 담았다. 자연스레 몸에 익은 동작이다. 마치 지금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온 강아지에게서 나온 물건인 양 말이다. 

 “누가 이렇게 여기다.”

 한마디만 하면서 주워 담고 미소만 짓고 있다. 분명히 그녀와 강아지가 타기 전에 강아지 똥은 있었고. 그 예쁜 강아지는 그 똥의 주인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그 미소가 더욱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미 아름다운 여인이 똥을 치웠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엘리베이터에서 강아지 똥을 싸게 놔두고 그대로 방치했다. 이런 일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엘리베이터에다 조심하라고 써서 직접 붙여 둘까? 관리실로 전화해서 신고할까? 그냥 없는 일로 해 버릴까? 망설였다. 관리실로 전화했다.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CCTV를 보면 그 일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분을 찾아서 어떻게 해 달라는 건 아닙니다. 다시 이런 일 없도록 안내는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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