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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Jul 26. 2024

   바쁜 하루이다. 지난주부터 듣게 된 마포평생학습관 독서토론 교육을 받기 위해서이다. 책을 읽으며 독서 토론을 하고 있으나 좀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이다. 발제도 돌아가면서 하고 있으니, 그 부분도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이다.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구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환승을 위해서는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하니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곧바로 연결하기 위해 영등포환승센터에서부터 거의 뛰다시피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이나 타야 하고 계단을 서둘러 뛰어 올라가야 한다. 차에서 나오자 말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경주마가 달리듯 "다다다다"거리며 뛰어간다. 그 한가운데 늘 느리게 걷던 내가 사람들을 따라서 뛰고 있다. 출퇴근이 없어진 나는 느림의 미학이라도 실천하는 듯 여유로웠었다. 그런데 오늘은 강습시간 도착시간을 예상해 보니 빠듯하다. 함께 뛰고 있다. 나도 바쁜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는데 중간쯤 유명매장 빵봉지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많은 양도 아닌 한 사람의 아침식사 대용으로 알맞을 만한 양이다. 쓰레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침에 산 듯 깔끔한 봉지에 넣어진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이른 시간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하면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준비해서 들고 가다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내 눈이 잠시 그 빵에 머물렀으나 혹시, 떨어진 것을 누군가가 깨닫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쳐 왔다. 그런데 자꾸 뒤돌아다 보인다. 주인이 누군지 알면 뛰어가서 갖다주고 오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한다.

 계단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빵은 이른 아침 출근을 위해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집을 나섰을 누군가의 것 일 것이다. 직장에 도착해서 간단히 요기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빵매장에 들러서 사 오지 않았을까. 그 빵은 분명 하루를 뛰기 위한 에너지 원일 터인데. 아들이 생각났다. 아침을 거의 못 먹고 출근을 하는 것 같아 "아침은 어떻게 하냐?" 물어보면, 한결같이 "회사에 가서 먹어요."라고 말한다.  

  아들도 어쩌면 저렇게 빵을 한 조각 사서 먹으면서 아침 먹었다고 할 수도 있다. 잃어버린 빵의 주인이 아들인 듯 내 배가 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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