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남편 J와 쇼핑몰로 나들이를 갔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평소 먹고 싶었던 파이 가게에 들려서 J와 내가 먹을 파이를 포장하는데 나보다 한참 어린 직원이 계산해주며 열심히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데워 먹는 법도 넣어드릴까요?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
별 것 아닌 질문들이었지만, 혹시나 매뉴얼을 빼먹을까 누가 봐도 긴장하며 서툴게, 하지만 열심히 물어봤다. 아마도 내가 계산하는 사이에 내 뒤로 다른 손님들이 줄을 선 까닭이었을지도 모른다. 서툴지만 성실한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고 기특해 보였다.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직원의 눈을 똑바로보며 최대한 열심히 경청하고 있다는 눈빛을 보내며 질문에 대답했다.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난 파이를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J가 묻는다.
‘아까 그 직원 기특하다 생각했지?’
‘어떻게 알았어?’
‘딱봐도 눈빛에 애정이 묻어나던데. 서툰데 열심히 하는 게 이뻐 보인 거잖아?’
한치의 오차도 없는 추측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자기 원래 가끔 성실한 직원들 보면 예쁘다고 하잖아.’
사실이었다. 난 전적이 있었다.
예전에도 아주 드물게 이런 적이 있었다. 대략 몇 년에 한 번쯤.
한번은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하는데 거기 있던 예쁜 직원이 엄청 밝은 기운을 내뿜으며 생글생글 웃는 게 너무 예뻐보여 계산할 때 ‘정말 예쁘세요.’라고 말했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칭찬을 굳이 삼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거리낌 없이 내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 자리엔 남편 J(그땐 남자 친구였지만)도 함께 있었다.
그런 데이터의 축적 때문이었을까.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아니었지만, 남편 J는 내 눈빛에서 속마음을 읽어냈다. 상대적으로 나보다 무던한 남편이 내 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알아채다니.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어느 새 우리의 시간이 이만큼이나 쌓여서 서로가 서로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버렸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