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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별 릴리 Feb 03. 2023

드라마 <사랑의 이해> 보이지 않는 계급과 각자의 사랑

이해(利害)해보면 결국 이해(理解)하게 된다.

#드라마 사랑의 이해 #배경 #인물분석 #사랑


(1~13화 줄거리 스포주의)


최근 JT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즐겨 보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을 우연히 보다가 푹 빠져버렸다. 곧바로 넷플릭스로 1화부터 정주행을 했다.


박미경, 하상수, 안수영, 정종현 이 네 사람은 은행이라는 한 공간에서 일한다. 똑같이 은행에서 일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공식홈페이지 사랑의 이해 포스터 - 높이가 다른 사원증이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타낸다.


박미경과 하상수는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안수영은 고졸 채용(파트타임 텔러)으로 시작해 정규직 서비스 직군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이지만 채용경로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색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다. 박미경과 하상수는 파란색, 안수영은 연한 노란색. 명찰에는 그들의 직급이 적혀있다. 대리-계장-주임

정종현은 은행에서 일하지만 은행 소속이 아닌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청원경찰(청경)이다. 그의 목걸이는 회색이다.

보이지 않는 계급은 '색깔'로 구분된다.


박미경이 입는 옷, 액세서리, 집, 자동차, 취미 등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것들은 그녀가 평범한 은행원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마시는 커피에도 계급이 있다. 종현은 믹스커피, 수영은 핸드드립 커피, 상수는 캡슐커피, 미경은 드롱기 커피를 마신다.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분명하게 다르다.

같은 색깔 안에서도 '취향'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이 구분된다.


철저하게 이해(利害) 관계로 맺어지는 은행이라는 공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똑같이 설레고, 망설이고, 흔들리고, 상처 주고, 도망치고 싶어 한다. 이 드라마는 조금은 쓰리지만 담담하게 현실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理解)하고 사랑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기에, 상대를 이해(理解)하고 사랑하는 것보다 이익과 손해를 따지는 이해(利害)를 선택하는 것이 더 쉽게, 옳게 느껴진다.


우리가 하는 평범한 사랑은 이로움을 주면 계속되고, 해로움을 주면 떠난다. 속물적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것이 현실이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보여준다. 이해(利害) 관계가 얽힌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을 한다.




# 흔들리고 어긋나는 하상수의 사랑


하상수는 '상수'라는 이름처럼 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살아왔다. 어쩌면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스스로가 만든 책임감 안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선한 마음을 가졌고 허례허식 없이 담백하고 진중한 사람이다. 자상하고 능력 있으며 유머도 있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다.

안수영이라는 여자가 계속 신경 쓰인다. 그러다 안수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머뭇거리고 타이밍이 도와주지 않는다.

그때 나타난 누가 봐도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여자, 박미경. 자신을 좋아하는 박미경의 마음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며 하상수도 남들처럼 사랑을 해보려고 했다. 안수영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자신과는 맞지 않았던 이해를 선택했다. 100%가 아닌 마음으로 시작했던 연애, 노력하면 10%, 20%, 30% 채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박미경에게 아픈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다시 안수영에게로 향한다. 기꺼이 나쁜 놈이 되려 한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마음을 안수영에게 고백하고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엉켜버린 실타래의 끝을 찾을 수 없다. 아니 점점 더 엉켜버렸다. 안수영은 자꾸만 멀어져만 간다.




# 완벽하고 싶었던 박미경의 사랑


박미경의 아버지는 건설회사 대표다. 일명 금수저. 아버지의 배경 없이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었고 그것이 내 실력이고 노력이라 믿었다. 구김 없이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그녀. 결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 자신이 가지고 싶은 남자, 하상수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그와 연인이 된다. 그에게 아낌없이 사랑과 물질을 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와의 결혼을 꿈꾼다. 1%의 사랑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99%는 자신이 채우겠다고. 하지만 시간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늘 불안해한다.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부터 그의 사랑은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린다. 완벽한 줄 알았던 그녀는 마음속 채워지지 않은 결핍을 갖고 있다. 완벽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퍼즐의 한 조각, 아버지를 통해 결코 받지 못한 따뜻하고 다정한 사랑. 그것을 하상수라는 남자를 통해 채우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던 만큼 너무나도 처절하게, 아프게 자신의 사랑을 정리해 간다.




# 보호하고 지키는 안수영의 사랑


안수영은 상처가 많은 캐릭터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넉넉지 못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소박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외도, 사랑했던 동생의 죽음을 겪으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받은 수많은 상처들은 그녀를 희로애락의 감정이 없는 인형처럼 살아가게 만들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익을 위해 가면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으려 최선을 다해 실적을 쌓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 노력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한 것만큼 대우받는 것. 최선을 다해 그어진 선을 넘어가려 시도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파란색 목걸이는 주어지지 않는다.  

계급과 차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을 지워주는 하상수라는 남자. 어쩌면 그녀가 먼저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정은 사치이기에 그것을 꼭꼭 숨기고 살아간다. 99%의 망설임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다가오는 그 남자의 단 1%의 망설임도 견딜 수가 없다. 철저하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을 긋는다. 그러다가 자신을 우러러봐주는 1%의 망설임도 없이 좋아해 주는 정종현과 연인이 된다. 그녀는 정종현이 힘들어할 때 물심양면 도와준다. 마치 동생을 챙겨주는 누나처럼. 정종현을 보며 죽은 동생을 떠올린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연민의 사랑을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랑보다 더 커져버린 부채감에 짓눌린 정종현을 보며 점점 지쳐간다. 하상수가 다시 다가온다.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모든 게 엉켜버린 상황, 그를 지키기 위해 결국 실타래를 냉정하게 끊어낸다. 결국 자신이 지은 모래성을 스스로 부숴버린다.




# 빛에서 빚으로 정종현의 사랑


정종현은 가진 것은 없지만 반듯하고 열정 가득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안수영은 빛과 같은 존재였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흐트러짐 없이 어떤 일도 술술 해결하는 멋진 여자.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고백까지 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안수영이 그 고백을 받아준다. 얼떨떨하지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그녀와 함께라면 더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서 급격하게 위축되어 간다. 안수영의 설득으로 동거를 하며 다시 공무원 준비를 하지만 점점 마음의 부채감이 쌓여간다. 경찰이 되어 그녀에게 진 빚을 빨리 갚고 싶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마음은 조급해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그녀가 내 곁에 있으니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점차 안수영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안수영의 배신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연민이었음을 깨닫고 무너진다.




# 모래성을 부수는 소경필의 사랑


소경필은 하상수의 절친이다. 서글서글, 까불거리기도 하는 오지랖퍼. 그러다가도 세상 진지하고 속이 깊다. 그는 체스판 위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듯 사람들의 관계, 그 내면까지 꿰뚫어 본다. 대학 때 박미경과 연애를 했다.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박미경 집안의 반대로 이별을 선택한다. 그가 이별을 하는 방식은 잔인하지만 확실했다. 박미경의 절친과 잠자리를 하는 것. 그렇게 그는 자신이 쌓은 모래성을 스스로 부숴버렸다. 그 모래성은 자신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시 소경필은 똑같은 방법으로 안수영과 잠자리를 한 것처럼 연극을 한다. 하상수와 박미경이 헤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상수가 안수영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박미경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지, 절친인 하상수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그가 왜 자신을 망가뜨리는 선택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것이 사랑 때문일까?




안수영은 버스 노선도를 보며 말한다.



사는 게 꼭 이거 같아서요. 동그라미.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다시 원점.
같은 곳만 빙글빙글 도는, 징그럽게 그 자리에 고인
동그라미 같은 인생.

각자의 삶의 무게만으로도 힘겨울 때가 있다. 삶이 힘들어질 땐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해(理解)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사회는 사랑을 더 이상 낭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강한 끌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으로 생각한다.
원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낌없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치라고 생각한다.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다가 결국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온다. 동그라미처럼.



이제 종영까지 단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각자의 이해 속에서 어떤 사랑을 그리게 될지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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