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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뮈 Jan 25. 2023

오버하는 세상을 보는 법

과잉은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것들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부족한 게 없는 세상이다. 호기심을 채우고 욕구를 채우기에 너무나 빠르고 쉬워졌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재미있고 좋은 것들을 쉽게 보고 듣고 얻을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는 좋은 게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 좋은 것, 가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과잉되어 있는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을 본다. 쇼핑이 과잉되어 조절이 어려운 중독 수준에 있다. 건강 염려증이 과잉되어 책상 가득 약 봉투가 쌓여있다. 완벽주의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내가 다 해야 한다. 보호받지 못한 공격성이 과잉되어 타인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자기 이야기만 쏟아내느라 정신이 팔려 말이 너무 많다.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가 한이 되어 글이 늘어지고 길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집착하고 구속한다.


존경하는 한 철학자가 말했다. 과잉된 세상이 인간의 결핍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매우 동의한다. 세상이 좋은 것들로 채워질수록 우리들 마음은 더 공허해졌다. 그런데 나는 또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과잉된 세상이 인간의 결핍을 강하게 만든 게 아니라, 보살피지 못한 인간의 결핍이 과잉된 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최선의 사유는 직선이 아니라 순환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결핍이라는 마음속 그림자는 발전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결핍에서 비롯되는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행위들을 스스로 성찰하고 발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핍이 무엇을 어떻게 왜 과잉되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보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습관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승화'라고 말한다.


나의 결핍을 마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닮고 싶은 인생의 롤모델이 있거나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결핍이 무엇이었을까 관찰하고 연구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결핍이 그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공하게 했을까를 아는 것이 그 사람이 가진 삶의 원동력을 배우는 것이다.


결핍을 이해하면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품어줄 수 있다. 과장되고 왜곡된 인간의 행위는 결핍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것이 이유이다.


          [Edgar Degas, 발레 수업, 1876]


에드가 드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있던 화가였다. 그런 이유로 사랑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방어적이었다. 그러나 무대 뒤의 숨겨진 고통과 노력의 위대함을 높이 사며 여성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가까이하기엔 두려운 존재가 여성이었지만, 자신의 마음속 결핍과 그림자를 마주하고 자신의 세계에 여성을 받아들이며 사랑했던 드가의 방식이 존경스럽다.


나의 결핍도 드가의 그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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