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인생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스트레스의 대상은 대부분 어떤 일이 아니라 그 일과 관련된 사람이다. 누구나 관계에서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고 어디에서 언제를 살아가든 관계의 어려움은 벗어날 수 없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인문학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심리학이 관심 있는 분야가 되었다. 사람을 배우는 공부는 나를 위해 필요하다.
사람을 배우는 공부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예술을 통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다. 예술은 작품을 만들고 창조하는 예술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도 모두 같은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통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다시 보고 반성하듯 예술작품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다. 타자의 개념 안에는 내 안의 낯선 나, 내 안의 새로운 나를 내포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 타자를 만나고, 타자를 만나는 체험이 사람을 알게 해 준다.
나를 만나는 일은 누구나 두렵다. 누군가 거울을 내 앞에 가져다주며, '당신의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그림 한 점을 앞에 가져다주며,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훨씬 부드럽게 느껴지고 마음의 저항이 적다. 나와 타자 사이에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알기 시작하면 타인을 알게 된다. 안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게 되면 사람을 알게 된다. 사람에 대한 정보는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는 노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키키 스미스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존재, 즉 자신을 타자로 바라보는 작품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기에 너무 약해 보이는 종이를 선택한 이유도 자신의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취약한 매체를 선택했다.
얼마나 위대한 용기인가. 내가 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이유는 또 한 번 예술을 통해 나를 만났기 때문이다.
예술을 통해 사람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