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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커피 Oct 03. 2024

당신의 인생을 요리하세요

흑백요리사를 보고


  요즘은 어딜 가나 맛있는 먹거리들이 넘쳐난다. 이름이 잘 알려진 셰프들의 식당은 비용이 꽤나 나가 어떤 경우에는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는 곳들도 많다.  넷플릭스 해외시리즈 중에서도 요리를 주제로 경연대회 형식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어서 이러한 형식의 프로그램은 새로 나와도 이전처럼 관심받기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덮을 만한 새로운 시리즈 하나가 나왔다. 바로 '흑백요리사'라는 시리즈고 부제로는 '요리 계급 전쟁'이라고 되어있다. 프로그램 설명을 보면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80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 20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오직 맛으로 승부를 걸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라고 되어있다.



  두 명의 심사위원이 대결을 평가하는데 이미 온 국민이 잘 알고 있는 백종원 셰프가 한 명이라면 나머지 한 명은 모수라는 (촬영 당시 국내 유일의) 미슐랭 3 스타 식당의 오너 셰프인 안성재 셰프가 맡고 있다. 백종원 셰프는 어떠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워낙 알려져 있다. 같이 출연하는 안성재 셰프는 조금 신선한 느낌이다. 젊은 편이나 프로그램 중에 도전자들도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까다롭기도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두 명이 심사를 보는 그 자체도 매우 흥미롭다. 외식업계의 대표인 백종원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가장 대중적인 맛을 잘 알면서 모든 전통과 현대  그리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요리들의 다양한 맛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항상 심사할 때 재료들을 잘 활용하고 맛이 좋은지 평가를 한다. 안성재 셰프는 미슐랭 3 스타 셰프답게 파인다이닝으로 대표되는 고급지고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맛표현의 달인인 것이다. 심사하면서 얼마나 그 셰프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어떠한 요리를 했을 때 어떤 레시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맛과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지  방해하는 요소는 없는지를 중점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두 사람에게만 인정을 받아도 거의 호불호 없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요리사일 것이다.


  프로그램의 설명처럼 이미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인지도가 상당한 20인의 백수저 요리사들이 있고, 사실상 아는 사람은 알 정도인 그러나 아직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80인의 실력자 셰프들이 도전을 한다. 프로그램 스케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데 모든 참가자들이 겨를 수 있는 넓은 공간, 충분하고 신선한 식자재, 요리에 필요한 인프라가 완벽히 갖추어진 세트장이 준비되었다. 제작진이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한 것이 프로그램 시작부터 바로 느껴졌다. 시리즈가 공개된 것은 9월 17일이지만 이미 지난 1월 정도에 촬영을 한 것으로 아는데 시리즈 공개한 시간과 차이가 난다. 아마도 모든 요리 과정과 개개인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포착하고 전체 흐름을 스케치해서 정교한 편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번 시리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해외의 요리대결 프로그램에 버금가는 정도의 몰입감과 구성, 영상에서 주는 긴장감을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이미 백종은 해외에서도 많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유명한데 이 프로그램을 외국인 시청자들이 보았을 때 다른 해외시리즈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 총 12부작 중 지금까지 10화가 공개된 상태고 아직 2화가 남아있다.



  간단히 생각하면 결국 최고의 셰프를 뽑는 것이고 언뜻 보면 계급을 나누고 싸우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계급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벌써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누구나 같은 자격으로 동등하게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면 제목만 그렇지 실제로는 그렇게 경쟁이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알 수 있지만 요리경력이 상당한 백수저가 무조건 유리할 것처럼 보여도 실제 대결에서 흑수저 요리사들이 이기는 경우도 있고 팀전에서는 견고한 모두의 팀워크가 요구되기도 한다.

  "오로지 맛에만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눈을 가린 채 셰프의 이름이나 백그라운드 없이 도전자들의 요리를 향과 맛으로만 평가하는 대결을 정말로 흥미로웠다.

대결을 거듭할수록  맛이 점점 더 궁금해지고 대결에서 떨어지는 셰프들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요리들이 정말 많이  있다.  

특히 이 글의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요리를 하라는 미션은 아주 신선한 과제였는데  내가 요리사라면 무엇을 요리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꼭 요리가 아니더라도 만약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이든 해보라고 하면 어떤 것일까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쉽지 않다. 단순히 요리나 맛 표현 이외에 어떠한 서사가 필요하고 요리사는 모든 것을 오리지 한 접시에 담아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서 과정 하나하나에 신경 써야 하는 과제다.

 (참가자들의 정보와 같이 더 자세한 내용은 이미 인기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고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여기서는 생략한다.)

  처음부터 흑수저 요리사 60명을 바로 탈락시키고 시작해서 백수저와 흑수저 할 것 없이 경쟁을 통해 쏟아지는 요리들이 엄청 대단하다. 편집이 긴장감을 더해 내내 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현석 셰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예능에도 많이 나오고 티브이 출연이 잦았고 퍼포먼스를 하면서 실력보다는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는 요리사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대결 중에 특히 팀전에서 팀장을 맡아서 직접 팀을 이끌 때 진정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모두가 실력자인 출연자들을 대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그런 셰프들을 모아놓고 대결 시작 전에 회의부터 결과까지 잘 이끌어 팀승리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안성재 셰프가 심사를 하면서 묻는 질문에 요리사는 자기의 요리를 하면 된다는 식의 당찬 대답도 좋았고 흔히 먹을만한 메뉴도 조금의 변형을 통해 새롭게 만드는 그만의 특기도 볼만하다.

딤섬의 여왕이라고 불린다는 정지선 셰프의 메뉴가 팀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도 하고 전직 대통령 셰프면서 요리장인 여경래 셰프의 다소 답답해 보이지만 텐동을 만들 때 하나하나 손수 정성을 다해 튀김을 하는 모습 등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제 곧 10월 8일이 되면 남은 화가 공개되고 우승자도 공개될 것이다.  누가 우승자가 될지 상당히 궁금하다. 이미 출연자들의 식당은 11월까지 예약이 꽉 차있을 정도라고 하니 이번 시리즈가 끝나고도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맛있는 음식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해외반응들도 좋게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의 셰프들과 그들의 실력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모든 이미지는 넷플릭스 홈페이지 티저 포스터와 예고영상을 이용해서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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