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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어도 좋다

by 헤이즐넛커피

언젠가부터 두유를 사 먹기 시작했다. 가볍게 먹기 좋고 소화도 잘되고 아주 단 제품만 아니면 당분도 많지 않아서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딱이다. 물론 이조차도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과일주스는 산도가 높거나 당이 많은 것에 비해 포만감도 적고 당스파이크는 만들지 몰라도 칼로리는 낮은 편이다. 탄산음료는 아직도 많이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보다 많이 먹지도 못하겠고 가끔 속이 불편한 느낌도 받는다. 연세 많은 분들이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식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두유 같은 것은 많이 드신다. 나이 든 사람이 두유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꾸준히 사랑받는구나 하고 점점 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요즘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먹는 것을 조절하고 있고 허기질 때 사놓은 두유 한 팩을 집어 마셨다. 예전 같으면 과자나 빵을 찾았겠지만 일단 당장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섭취하는 칼로리를 조절하고 먹는 것을 건강한 것들로 바꿔가고 있다. 최근에 원래 먹던 제품은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흔히 보이고 익히 알려진 제품으로 다시 구매해 보았다. 많이 달지 않고 좋았다.


포장을 쭉쭉 짜서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몇 번 빨아 마신 후에 버리기 전에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봤는데 우연히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모든 일이 잘 되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런 문구가 있는지 몰랐는데 우연히 발견하고는 괜히 기분이 좋고 고마운 느낌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얼마나 응원의 메시지를 들었나 생각해 보게 되는데 바쁘게 살다 보면 생각보다 그런 기억이 없다 싶을 정도로 따스한 응원말 한 번 건네는 게 그렇게 자주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아침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는데 아파트 입구를 나가자마자 입구 앞 주차장 한편에 서서 일찍부터 일을 하고 계시던 경비아저씨께서 인사를 먼저 해주셨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도 마찬가지로 거의 동시에 인사를 드리기는 했으나 그저 안녕하세요에서 그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좋은 하루가 되라고 해주시니 절로 힘이 났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안면이 있던 분도 아닌데 주민을 보자마자 인사해 주시는 것은 아마도 그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인사 같아서 더 감사했다. 최근에 인사는 많이 했어도 좋은 하루 보내라는 인사를 다른 사람에게 건넨 적이 있는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말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별거 아닌 말 한마디가 기분을 좋게 하거나 기운이 나게 만든다. 앞으로 간단하더라도 밝고 기분 좋은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하도록 노력해야겠다.



- 2025.08 괜히 두유 포장지보고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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