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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택

by 헤이즐넛커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택들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결국 하나의 인생을 완성한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날 입버릇처럼 운동해야지만 남발했지만 정작 미뤄오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등록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조금 피곤하긴 해도 평소에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느낌이라 이 색다른 피곤함이 반갑기도 했다.


어느 날 불현듯 러닝머신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렇지 않게 올라탔던 러닝머신이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경사를 올리고 보니 비교적 많이 걷지 않았어도 칼로리가 높게 나오고 있었다. 평소에 잘 쓰진 않지만 기계에 항상 있는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EMERGENCY STOP'버튼이다. 걷거나 뛰다가 갑자기 운동하는 사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버튼을 누르거나 당겨지면 기계가 바로 멈출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 그 위로도 많은 버튼이 있어서 속도와 경사를 포함해서 코스를 정할 수 있다. 러닝머신이라는 기계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기계도 그렇듯 기계가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 안전과 편의를 위해 계속 새로운 버튼과 기능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EMERGENCY STOP'버튼도 언제든지 위험한 경우에 작동하기 쉽게 가장 가까이 위치한 것이다. 가 어떤 속도로 갈지 어떻게 갈지도 기계 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데 사용자는 곧 나이고 결과는 지금 당장은 운동효과 이겠지만 삶의 변화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선택이 어떤 선택인가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최근 재방을 많이 해서 가끔 티브이를 보면서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평소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이유는 돈(출연료) 때문에 나와서 비정상적인 부부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이 있는 만큼 무언가 내용이 자극적이고 정말 저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생활들이 비쳐 다소 보는 동안 불편감까지 살짝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날 그냥 보다가 한 부부의 상담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때 상담을 받던 남편은 이러했다. 퀵 배달일을 하며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고 집에 들어가는 날에도 부인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핸드폰만 하고 어쩌다가 대화를 시작해도 금방 다툼이 되어 몸싸움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부인이 본인을 잡고 있고 본인은 그저 집안에 모든 게 다 귀찮게 여겨지는 사람처럼 보였고 심지어 밖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여자를 만난다거나 술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지냈다. 가족은 안중에도 없고 그냥 이혼은 해도 그만인 것처럼 보였다. 아내는 늘 혼자처럼 지냈고 육아의 스트레스까지 온전히 이겨내고 있었다.

상담전문가인 이호선 교수가 마주 앉아 소위 뼈 때리는 말로 남편의 잘못된 인식을 만져주었다.(당시 상담부부의 이름은 생략하겠다.)


이호선교수: 본인 같은 사위 어때요?
남편 : 싫어요.
이호선교수: 근데 왜 본인은 그렇게 살아요?
남편:(...)
이호선교수: 사위가 본인 같은 친구들과 어울리면 어때요?
남편: 안 좋게 볼 거 같아요.
이호선교수: 그런데 왜 본인은 그렇게 살아요?
남편:(할 말 없음...)
이호선교수: 그런 친구 끊으세요. 30살에 이런 얘기 듣는 거 되게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남편: 네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다. 전문가가 정확히 짚어줬지만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은 말이어도 전문가가 하니까 더 와닿고 당사자도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담.


이호선교수: 돈, 여자, 그리고 그 밖의 일들...

남편: 도박...


여기 대화에서 앞선 VCR에서 보지 못했던 도박 문제도 있었구나 싶어서 더욱 철렁했었다. 그러나 뒤의 대화가 확실히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남편: 도박... 은 안 하죠.

이호선 교수: 도박?

남편: 도박은 안 해요.

이호선 교수: 한두 번 한 적은 있지만 난 상습적으로 하지 않는다?

남편: 아니요! (도박은) 아예 안 해요.

이호선교수: 잘 한 선택이에요. 근데 왜 도박은 안 해요?

남편: 주변에서 (도박으로) 망해서 죽는 걸 많이 봐서...

이호선 교수: 이거 되게 중요한 지점이에요. 다른 친구들은 (도박)하는데 남편은 안 하죠? 이게 선택이에요.


그렇게 문제 있어 보이고 심지어 본인도 스스로가 비정상이 아닌가 하는 남편은 검사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전혀 없는 완전히 정상범주의 사람이었고 상담 후반부에 이호선교수는 의지만 있다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남편으로 판단했다.




결국 주체적으로 하는 좋은 선택이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간다. 따라서 건강하고 좋은 선택을 위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깊이 생각하며 주체적으로 결정하여 선택해야 한다. 조금 더 보태서 선택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내 책임까지 고려한다면 후회는 덜할 것이며 좋은 삶으로 가게 될 것이다.



- 2025.10 모든 것은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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