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럴 때 아니면 쉴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다. 해외를 가는 사람이 많아 공항도 엄청 붐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계획하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오랜만인데 나쁘지 않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 아까워 산책 겸 동네를 걷다가 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왔다. 일부러 출입문 앞자리에 앉아 뻥 뚫린 밖을 바라보니 개방감이 좋다.
단 것을 먹어도 좋지만 그냥 늘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한동안 흐리다 갠 가을 하늘은 높고 맑다. 걸으려니 낮기온이 여름을 놓아주기 전에 미련이 남았는지 27도로 나오는데 살짝 땀이 나려고 한다. 한동안 걷다가 들어온 카페는 아주 시원했다. 큰 공간이 아닌데 테이블 간격이 넓어서 그런지 여유로웠다. 당연히 커피가 완성됐다는 소리를 들으면 받으러 가려고 귀를 쫑긋 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아주머니께서 작은 나무로 된 쟁반에 커피를 가져오셨다. 뜻밖에 서빙이 참 고마웠다. 요즘은 셀프로 가져가는 게 일반적인데 이런 작은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살짝 더우려던 찰나 들어온 카페에서 받은 유리잔에 물방울이 맺히는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참 좋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는데 시원함보다 더 좋은 게 있었다.
요즘 유명한 커피체인점들을 갔을 때 어딜 가나 비슷한 맛이 보장될지는 몰라도 한 모금 마셨을 때 산미를 가장한 씁쓸함만 쭉 올라올 때 아쉬움과 실망감까지 들기도 한다. 태운 수준의 볶은 콩물을 비싸게 주고 마시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오늘 이 커피는 달랐다. 씁쓸함은 저 밑이나 뒤 어딘가에 기본을 갖추고 있지만 어딘가 묵직하고 깊은 커피의 맛과 향이 올라온다. 얼음들위로 잔을 덮고 있는 크레마 또한 맛을 더 올린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주친 카페에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니 아주 새롭고 반가웠다.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거의 매일 왔을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래간만의 여유와 시원한 커피 한잔의 행복이 좋다.
-2025.10 산책 중 맛있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