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아 Oct 28. 2023

미완성

11. 완성되고 싶어서


 나는 미완성의 열여덟이다. 머물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나아갈 수 없었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맞지도 않은 옷을 입은 채 정신없이 일할 때도 있었다.

 내 안에 남은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지만 나아가지 못한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답을 낼 수 없었다.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고여 있다는 건 도태되었단 말과 똑같다. 나를 알아봐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데, 차라리 여기에 있다고 소리라도 치면 나았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살아있기만 했다.

 그늘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제 인정한다. 나는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귀신같이 나를 그 자리에 되돌려 놓는다. 차라리 다 털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더는 이 싸움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나는 완성되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