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이 누군 줄 알아?"
아들의 토스 이용 내역을 확인하던 남편이 나에게 물었다. 아들은 11월 24일에 김지은이라는 사람에게 9000원을 송금했다.
아들에게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으므로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들과 얘기를 해 봐야겠지만, 돈을 자의로 줬다고 해도 문제고 억지로 뜯긴 것도 문제다. 이건 어떤 쪽이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황을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아들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일단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모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너 토스에서 9000원 김지은이 누구야?"
순간 아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게 누군데요? 모르는데요."
뻔한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아들에게 순간 실망과 의구심이 일었다. 남편은 그때부터 아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 지금부터 한치의 거짓도 없이 진실을 말하면, 어떤 일도 용서하지만 거짓말을 한다면 절대 용서 안 할 줄 알아." 남편의 으름장에 아들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정말 몰라요. 저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1월 1일이 되었으니 학년으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자기의 고집과 생각이 분명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막무가내로 모른다고 자기 안으로 숨어버리면 엄마인 나도 방법이 없다.
아들의 반 친구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반 여자친구 몇 명이 전학 가는 친구 송별회를 준비하는데 돈이 좀 부족했다. 그래서 아들이 9000원을 그 무리 중 한 명에게 송금해 주었다는 것이 아들의 말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빌려달란 사람도 없고 자기가 기꺼이 준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믿으라고?'
"엄마, 오빠 비밀 알려줄까? 오빠 그 언니들 중 한 명을 좋아한대. 그래서 오빠가 돈을 준거래. 그리고 오빠가 좋아하는 언니랑 사귄다던데?"
순간 아들에게 섭섭함이 밀려왔다. 동생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을 나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한다는 사실이 너무 서운했다.
솔직하게 털어놨다면 크게 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예쁘게 보아줄 일이었다. 돈을 주는 건 잘못된 일이라 앞으로는 안된다고 가르쳤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이 입을 다물어 버림으로써 가르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거 아닌가? 벌써부터 비밀을 가지는 아들에게 섭섭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가르치고 또 가르쳐도 아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다. 부모의 가르침대로 아이들이 어긋남 없이 바르게 자랄 가능성은 희박하다. 같은 실수와 잘못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서운한 건 나 뿐일지 모른다. 아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도....
엄마의 과열된 사랑이 만들어낸 서운함일지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굳이 왜곡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앞으로 아들에게 느끼는 서운함이 얼마나 많을까? 그때마다 내가 너에게 준 만큼 너도 나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아들아, 엄마에게 말하기 힘든 비밀은 아빠에게 털어놔도 되고 우리 사이에 너무 많은 비밀을 만들지는 말자꾸나. 가족 사이에 너무 많은 비밀이 생기면 대화가 줄어들고 그만큼 거리도 멀어지지 않을까?"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아들은 미안했던지 "엄마, 실은요~" 하면서 저에게 꽁꽁 숨겼던 비밀을 말해 주더라고요. 말하기 싫은 일도 있고, 부끄러운 일도 있겠죠. 다 털어놓으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작은 비밀이 스노우볼처럼 대책없이 불어나면 나중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만 배우는 게 아니라 저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아이들과 엄마는 같이 커 가고 있어요.
오늘 내 아이의 핸드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