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대한 첫 글.
트라우마의 뜻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국어사전에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 이라고 나온다. 드라마 등 방송에서 노출되어 대중에게 알려진 트라우마의 개념은 일상속의 황당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트라우마를 빅트라우마와 스몰트라우마로 나누어 설명한다.
빅트라우마는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재난, 참사, 범죄 피해 사건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몰 트라우마는 일상생활에서 좀 더 자주 관찰될 수 있는 사건으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린시절 성장하며 또는 살아가며 영향 받은 극복하기 어려웠던 부정적 경험을 말한다. 예를 들면 ‘왕따’같이 자신감 혹은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경험을 예로 들 수 있다.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스몰트라우마의 부정적인 영향이 한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미치는 고통에 대해서 언급하며 스몰트라우마가 빅트라우마에 비교하여 과소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빅트라우마와 스몰트라우마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까?
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대해 주목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스몰 트라우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스몰트라우마의 개념만으로는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다. 예를 들면, 사회적 통념이나 보편적 상식에 의해 배제되는 ‘트라우마’를 예로 들 수 있다.
먼저,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성추행 피해여성을 두고 옷을 야하게 입고 다녔기 때문에 피해여성이 피해를 당할 만 했다고 지적하는 사회적 시선의 사례가 있었다. 지금은 인식의 전환이 많이 이뤄졌지만, 더 오래전에는 재판정에서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성폭행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결혼하라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이런 사건들은 사회적 분위기와 통념에 따라 한 사람의 감정과 존엄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짓밟히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또, 트라우마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을 수 있다.
사건당시 개인이 미처 충격적이라고 느끼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충격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이다. 어린 시절 어떠한 형태로든 성경험을 한 아동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아동은 경험 당시에 자신의 경험에 대한 판단이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아동이 자라면서 이 기억은 다양한 형태로 개인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경험의 순간이 강렬한 충격이 아니어도 성장과정을 거치거나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파괴적인 영향으로 잔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살아가면서 이 경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이는 개인을 고립시키기 쉽다.
사회적 통념이란 다수의 경험과 기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다수의 경험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사회적 분위기과 흐름에서 이해받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의 통념이나 보편적 상식에서 소외되어 고립되어 있는 트라우마 피해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비난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두려워하고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의 고통을 평가할 때 자신의 경험과 기준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이와 같은 트라우마 피해자가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에 큰 어려움이 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트라우마는 안전한 환경에서 주변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지지받을 수 있을 때 자신의 경험을 수용하고 회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트라우마를 정의할 때만이라도 좀 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스몰트라우마라는 단어는 ‘트라우마’의 다양한 면면을 함축하여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단, ‘스몰’이라는 단어의 표현에 대해서 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빅트라우마에 비해 결코 가볍게 평가되지 않았으면 하는 전문가들의 바람을 담은 것과는 달리 스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고통의 크기가 작다고 느껴질 수 있다.
단어의 상징성이 주는 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다, 작다로 나눌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같은 일도 크거나 작게 느낄 수 있다는 정도와 지각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가 존재할 수 있기에 사회는 보다 열려있고 수용적인 시선으로 트라우마를 대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미해결된 기억이나 경험이라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스몰트라우마의 개념도 이러한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 개인은 타인이 단편적으로 알기 어려운 개인만의 역사와 사연,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은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으며, 타인이 섣불리 고통의 크기를 평가하거나 가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진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없도록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과 통념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고 고통 받는 사람은 누구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비밀을 가지게 되는 경우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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