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몸이 찌뿌둥하고, 일전에 뛰어서 뭉쳤던 근육들이 조금만 보폭을 크게 하면 어쿠! 하는 노인네 소리를 지르게 하고 있어서 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주 2회 뛰려면 오늘이 딱인데 하는 생각에 미적거리다가 조금 짧게 5킬로미터만 뛰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서인지 온몸을 감싸던 더위가 조금 숫기 없는 총각의 머뭇거림처럼 덜 나댄다는 생각이 든다. 팔을 휘젓고,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걷는데 아무래도 심상찮은 근육들의 아우성이 이구석 저구석에서 나온다.
출발 선상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5킬로미터는 자다 깨도 뛴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온갖 작물들에게서 수분을 짜내는 실력이 뛰어난 가을 햇살은 마주하기 어렵고, 뒤통수로 받는데도 자꾸만 쓰다듬어 열기를 떨어내야 할 정도다. 마침 호수공원 한편으로는 가로수가 즐비하여 그늘이 드리워진다. 오늘은 목표 거리도 짧으니까 반쪽 그늘 지역만 뛰자. 코로 한번 들이쉬고 입으로 두 번 내쉬는 평소 달리기 패턴을 찾기까지 벌써 1킬로미터가 지나고 있다. 오른쪽 장딴지는 뭐가 불만인지 콕콕 찌르는 자극으로 발길질을 말리고 있다.
워밍업이 끝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을 반복하며 통증을 이겨내는 동안 달리는 속도는 평소 대비 엄청 떨어졌고, 체중을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도 안 나오고, 보폭은 절반 수준이다. 1킬로미터 지나니 갤럭시 폰이 목표 5킬로미터 뛰는데 47분 걸릴 거란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정도 페이스 찾기가 되었으니 원칙에 충실하자며 보폭을 늘이고, 상체도 기울이고, 뒷발차기에 신경 쓰며 1킬로미터를 더 달렸더니 40분 이내로 안내가 나온다.
그런데 지속하기가 너무 어렵다. 오른 다리 장딴지는 이제 구시렁 단계를 지나 하소연 단계에 접어든 거 같다. 왼발에 조금 체중 분배를 두고, 조심스레 내딛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근육 한 올 한 올을 매 발걸음마다 누군가 튕겨대는 듯하다. 그렇게 엉뚱한데 신경을 쓰다 보니 벌써 3킬로미터 안내가 나오고 다시 47분대로 늦어져버렸다. 노련함은 기술과 구력이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고민했던 달리기 기술을 다 끄집어내 본다. 뒷발을 끝까지 버티어 추진력을 얻고, 상체를 기울여 보복을 넓게 가져가면서 효율을 높이고 호흡은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편하게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효과가 있는지 점차 통증을 빼놓고는 안정을 찾는 느낌이다. 10킬로 미터 8분대 이내로 들어오면 성공이다는 목표를 정하고 마지막 바퀴의 피치를 올려본다. 최종 5.02km를 매 킬로미터 평균 8분, 평균 심박수 145 bpm, 케이던스 168 spm 기록이 나왔다. 뛰는 동안 내내 죽을 거 같아서 평균 심박수가 아주 높을 줄 알았는데 지난번 157 bpm 대비 아주 양호해서 이상하다. 그리고 케이던스가 지난번 167 spm과 동등하다. 이 결과를 보면 상체를 기울여 보폭을 늘이려고 노력을 했지만 피곤하니 지난번 대비 10cm 보폭이 줄었다. 시간은 1킬로미터당 1분이 더 걸렸다.
몇 번째 달리기를 하며 뭔가 이뤄간다는 생각과 좋아지는 기록에 힘입어 숨을 헐떡이며 뛰는 노인이 되겠다(앞으로 ’헐뛰노‘라고 표현)는 선언을 하는 등 자신감이 넘쳤었다. 그런데 오늘 달리기는 헐뛰노 추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속적인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고, 서울대에도 일등과 꼴등이 다 있듯이 완벽한 헐뛰노와 어설픈 헐뛰노 모두 하나이므로 크게 실망하지 않고 지속할 생각이다. 저 멀리 다리 아래 그늘에 모여 매일 같이 헐뛰노를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보니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