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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로 Aug 27. 2023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처음 10킬로미터 코스 달리기 도전

오늘 아침은 자명종 소리를 듣고 깰 정도로 충분히 자서 그런지 눈을 뜨고 세수하러 가는데  움직임이 가벼웠다. 비가 그친 신선한 아침 풍경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있고, 상쾌함에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다.

요즘 들어 유튜브 틀어놓고 요가를 열심히 따라 하는 아내는 벌써 이마에 땀이 맺힐 듯 거실에서 몸을 비틀고 있다.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하니 달리고 싶어졌다.

주섬주섬 챙겨 입고 나서는데, 아내도 자전거 타기로 하며 같이 나왔다. 몸풀기를 하고 뛰려고 보니 자전거로 호수 산책로를 빙빙 도는 건 아내가 지겨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 10킬로미터를 소화해 낼 정도 훈련이 되면 뛰어보겠다고 생각해 둔 코스가 있었는데 이참에 가보기로 했다.


아직 완주할 체력이 되는지 안되는지 불안한 점도 있었고, 바로 앞에 뛸 때 안 좋았던 컨디션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오늘은 몸이 가볍고 더위가 수그러드는 가을의 문턱이라는 기분이 유혹해서 발걸음은 벌써 코스를 향해 옮겨지고 있었다.

얼마간 달려보니 오늘은 10킬로미터도 거뜬히 뛸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점점 코스를 따라가다 보니 간간이 만나는 오르막 내리막이 페이스를 흐트러놓기도 하고, 평지라고 생각하고 뛰는데 긴긴 내리막이기 때문에 달리기가 쉬웠다는 걸 마지막에 기나긴 오르막을 만났을 때야 알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체력은 급격하게 소모되어 이젠 버겁게 달리고 있다. 마음으로는 이 정도를 이겨내야 숨을 헐떡이며 뛰는 노인(헐뛰노)을 준비할 수 있을거다며 부담을 열심히 떨쳐내고 있다. 되돌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요즘 읽고 있는 책이 '글쓰기의 전략'인데 글감을 찾는 방법으로 '상식을 깨뜨려라'라고 한다. 문득 이 부분이 떠오른 이유는 나도 모르게 상식을 깨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상식적으로 정적이고 나약한 이미지다. 국어사전에도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으로 나온다. 누구나 그렇게 받아들이고, 일전에도 얘기했듯이 주변분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서는 육체적 나약함에 젖어든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인사차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은연중에 어떻게 하면 무리 안 하고 노인 시절을 조용히 보낼까? 하는 방법을 열 뛰게 토론하고 있다. 헐뛰노는 그런 상식을 깨고 노인기에도 뛸 수 있는 체력을 지금부터 가꾸자는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후에 이제 4번째 달리기인데, 뛰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꾸미다 보니 많은 성취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머릿속에서는 벌써 달리기 클럽도 만들었다.


클럽명: 헐뛰노

목표 : 100세까지 뛰자.

방법: 지금부터 일주일에 2회,

           매번 5킬로미터 이상 뛴다

장소: 2 동탄 호수공원 주위

멤버: 1명

회비: 자율, 향후에는 개인별 목표 미달한 만큼 기부

자격: 100세 이상 수명이 예상되는 분 누구나


그리고 직접 뛰어 쌓는 경험과 유튜브나 지인들을 통한 지식을 동원해서 제대로 달리는 방법 찾기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천받은 내용은 이렇다.

  1. 심박수: 220-나이(57)= 163 이하

  2. 케이던스를 180 이상으로 올리고 보폭을 줄여라

  3. 발바닥 앞에부터 닿도록 해라(포어풋)

그런데 직접 뛰어보니 나름 내게 맞는 걸 찾을 수 있었고, 어쩌면 이 방법이 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1. 심박수에 신경 쓰지 말고 견딜 수 있을 만큼 뛰어라.

이유는 심박수가 출발할 때에는 163 bpm이지만 안정을 찾으면 147 bpm까지 내려온다. 즉 체력이 좋아지면 낮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달리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감당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뛰어서 체력을 키워야 한다. 어느 정도 근력이 갖춰졌을 때는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유지하는 게 좋겠다.

  2. 케이던스 165 spm 정도 유지하고 목표 시간에 맞추기 위해 보폭을 늘여라.

이건 뒷발로 박차는 식으로 뛰는 자세와 같이 하면 더 좋은데 진자운동 원리를 생각한 것이다. 케이던스 180 spm을 맞추려고 보폭을 줄인다는 말은 뒷발이 땅을 박차고 있는데 얼른 방향을 전환해서 앞으로 내딛으라는 것이다. 즉 관성을 거슬러 방향전환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 것이다. 그런데 진자운동을 생각해 보면 저절로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이 있다.

Oscillating_pendulum.gif (341 ×320)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4/Oscillating_pendulum.gif

이 리듬에 맞게 보폭을 최대한 키위 주면 전환동작에 에너지를 적게 쓰고, 땅을 충분히 박차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케이던스는 다리 길이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3. 상체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지 발바닥 어느 부분을 닿게 하느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건 상체를 숙여서 무게중심을 앞쪽에 낮게 둠으로써 저절로 디뎌지는 위치가 적절한 거지 일부러 어느 부분을 닿게 하기 위해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건 좋지 않은 거 같다. 상체를 숙이고 보폭을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에 따라 닿는 발바닥 위치는 계속 변화한다


다음번는 완연한 가을을 가슴에 안으며 뛸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지나가고 있는 올 여름은 재난을 당한 많은 분들께 상처를 남길 정도로 덥고 혹독했던거 같다. 위안의 기도를 올리며 내 인생의 여름이 혹독하더라도 이겨내고 오래 가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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