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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아 Feb 01. 2018

마침내 퇴사.

퇴사일에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참 오래도 묵혀둔 선택을 이제야 마무리했다.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회사에 있던 짐을 바리바리 싸서 집으로 향하는 길, 영화 <싱 스트리트> OST 'Drive It Like You Stole It'을 꺼내 들었다.



this is your life 
이건 네 인생이야

you can go anywhere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you gotta grab the wheel and own it
운전대를 잡고 장악해

and drive it like you stole it, rollin 
그리고 훔친 것처럼 달려

this is your life 
이건 네 인생이야

you can be anything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you gotta learn to rock and roll it
흔들고 뒹구는 법을 배워

you gotta put the pedal down
페달을 밟고

and drive it like you stole it
훔친 듯이 달려  

and drive it like you stole it
미친 듯이 달려  

Drive It Like You Stole It - Sing Street



작년 한 해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 의욕 없는 출근길, 허무한 퇴근길에 듣고 또 들으며 곱씹었던 가사. 그리고 오늘 드디어 몰고 싶은 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털썩 앉았다. 





꽤 오래전부터 이 커다란 노트에 꿈꾸는 삶을 그리고, 지우고, 다시 또 그려왔다. 그림은 점점 하나의 모습을 갖춰갔지만, 마치 미지의 섬나라 지도처럼 취급하며 그곳에 실제로 갈 용기는 내지 못했었다. 조금이나마 안전하고 수월한 길을 찾기 위해 긴 시간을 망설였다.





작년에 저를 구해준 훌륭한 문구가 있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한 말이죠. 많은 사람이 "경기장의 투사"로 인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니다. 관중석에 앉아서 선수가 어떻게 헛디뎠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었는지 지적하는 이도 아니다. 업적은 경기장 안에서 얼굴이 먼지와 피, 땀으로 얼룩진 이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가 경기장에 있을 땐 잘하면 이길 것이고, 못하면 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실패하더라도, 또는 지더라도, 그는 감히 무모하리만치 멋지게 질 것이다."

경기장 밖에 있는 일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압니다. 제가 제 인생 내내 그래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알죠. 그리고는 혼자 생각하죠. "난 저기로 들어가서 엄청나게 잘 할 거야. " 제가 방탄복을 입고 완벽할 때요. 그것은 유혹적이죠. 그러나 진실은,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신이 완벽해질 수 있는 만큼 완벽해지고, 입을 수 있는 최대치의 보호구를 입어도,  당신이 그 안에 들어가면 그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던 것이 아닐 겁니다. 우리는 당신이 들어가길 바라죠. 우리는 당신과 함께 이고 싶고,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과 우리와 함께 일하는 이들이 '감히 무모하리만치 멋지게'하기를 원합니다.

Brené Brown 테드 강연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Listening to Shame> 중



이게 준비되면, 저게 준비되면, 이걸 배우면, 저걸 배우면... 


어설픈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기에 '언젠가 완벽히 준비되면' 내가 그린 지도대로 살아보기로, 도전을 미루고 또 미뤄왔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하등 도움 안 되는 어설픈 완벽주의를 끝끝내 붙잡고 있던 것이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서 깨지고 부딪히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완벽해질 수 있는 만큼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해질 만큼 완벽해지는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이 피와 땀으로 얼룩지고, 먼지투성이가 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원히 경기장 밖에 머물러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꼈다.





그래서 용기를 내 퇴사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을까. 울타리 없이 홀로서기한다는 건, 일반적인 길을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걷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겠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퇴사일에 선물 받은 커다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내가 앞으로 펼쳐나갈 길을 그리고 상상하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마냥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 이러다 정말 서른에 엄청 엄청 멋있는 어른이 돼있으면 어떡하지'라고 김칫국도 마시면서. 첫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풋내기처럼 언젠가 깨질 퇴사의 설렘을 잠시나마 만끽하는 중이다. 내일부터 현실이야 꿈 깨, 이녀석아.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당신이 꿈꾸던 삶을 사는 것이다
- 오프라 윈프리 -





노란 튤립을 준 사람이 그랬다.

나의 성의와 마음이 꼭 통할 거라고,

내 편의 응원을 받아

가장 큰 모험을 시작해본다.


무모하리만치 멋지게 실패하고, 일어나고,

다시 더 낫게 실패해보자.


Drive it like you stol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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