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사자의 '콧수염'과 낡은 '택배조끼'

편견을 부수는 예술가들 틈에서 나만의 투박한 진실을 쓰다

by 코나페소아

누더기 차림으로 거리를 배회하다 신들린 기타 연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유튜버가 있다. 러시아 출신의 기타리스트 '악스타(Akstar)'다. 완벽한 노숙자 분장을 한 채 구걸하던 그는, 돌연 양손을 오가는 태핑과 기묘한 퍼포먼스로 속주를 쏟아낸다.

반전은 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락부락한 털북숭이 외모 뒤에 매혹적인 음색을 감춘 '카더가든(본명 차정원)', 지드래곤을 흉내 낸다는 비아냥 속에서도 기어이 청룡영화상 무대에 관 뚜껑을 열고 들어가 퇴장하며 진짜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동뮤지션의 '이찬혁'도 있다.

음산한 관 뚜껑을 무대 위로 들고 나와 환호받는 '이찬혁'의 퍼포먼스를 보며 나는 지독스레 그가 부러웠다. 꽃미남 스타일이 아니지만 목소리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카더가든'의 목소리도 몹시나 부럽다. '죽음', 투박한 '외모', '가난'이라는 주제에 관해선 사람들은 철저하게 외면한다. 심지어 조롱을 한다. 그런 주제를 가지고도 냉담한 시선들을 뚫고 기어코 감탄을 불러내는 그들과는 달리, 내 얼굴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생겨난 초라한 흔적만이 무성하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청소 중인 화장실에서 타인의 무례한 침범을 수시로 당하지만 그때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물러나 삶의 애환을 그의 콧수염에 가만히 묻혀낸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완벽한 책을 꿈꾸 고뇌하며 글을 쓰지만 어쩌면 완성하지 못하리라는 불안으로 콧수염을 짙게 물들였다.

그런 그들을 동경하던 나의 코 밑에도 어느새 잡초들이 얼기설기 돋아났다. 하지만 나의 콧수염은 초연한 '히라야마'나 치열한 '페소아'와 달리, 세상을 향한 '겁 많은 수사자의 갈기'와도 같다. 타인이 드리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관계라는 어항 속에서만 생존가능한 '사이존재'가 되어 사는 동안, 애써 세상과 척지지 않으려 진짜 내 모습은 감춘 채 속으로만 포효하는 비겁한 숫짐승의 부풀린 '털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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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택배차 공간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세상 누구보다 가까이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입니다. 저는 세상을 읽으며 글을 쓰는 몸글 사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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