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어떤 정립된 이론보다도 동시대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 속에서 저를 반추할 수 있어왔으니까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그중에서도 예술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꽤 모범적이라 할 수 있는 유년기를 보낸 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삶의 가치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준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윌로(The Willow)는 2013년부터 예술 언저리에서 있어왔던 제가 처음으로 직접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공간은 아무래도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을 닮을 수밖에 없죠. 이 공간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지겠지만, 저는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 확정적으로 명시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삶을 관조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만큼, 여러 유형의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한 쪽으로 무게를 둔 태도를 갖지 않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일까요. 글을 쓰기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더 윌로라는 브랜드는 변화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이 시간 이후에도 채워지는 요소들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 변화하는 방향을 하나둘 기록으로 만들다 보면 어떤 공통의 지향점이 언어화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앞으로 쓰여질 글은 작품에 대한 비평도 아니고 서문도 아닙니다. 글은 공간을 채워주는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마음을 담은 편지입니다. 전시, 공연, 작품 바깥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