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의 보금자리신혼집은 30년 된 구축아파트다.5개의 호수가 한 층에 있는 복도식 아파트에 산 지 1년이 되어 간다.
옆집 옆에 옆옆집 x5 이 있다는 것 말고 다를게 뭐가 있겠나 싶었지만생각보다 신기한 점이 많았다. 오늘은 나름 복도식아파트에 처음 살며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 봤다.
장점 1) 오늘의날씨는?
임장을 왔을 때부터 신기하다고 생각한 건 복도가 완전 뚫려있다는 것. 계단식인 본가에 살 땐 당연히 복도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고 창문만 있었는데..
가장 안쪽인 우리집까지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건물 안을 걷는 게 아니라 그냥 밖에 있는 것처럼 바깥공기가 그대로 느껴져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현관문만 열면 알 수 있는 2가지
덕분에 매일 날씨 어플만으로는 감이 오지 않는 날씨를 현관문만 열면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다.
재택근무라 평일엔 집에만 있다 보니 약속이 생겼을 때 이 정도 온도면 얼마나 추운 건지 더운 건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이럴 땐 옷을 고르기 전 현관문을 열어본다.
또한 1층까지 내려갔다가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우산을 챙기러 호다닥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지인이 놀러 올 때 어느 쪽에 주차자리가 있는지 알려주기도 쉽다.
별것 아니지만 문만 열면 날씨와 주차자리를 바로 알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아주 유용한것 같다.
장점 2) 환기는 3분이면 끝!
누가 선풍기를 틀었는가
여름에 옆옆집에서 현관문에 방충망을 설치해 놓은 것을 봤다. 복도 쪽바람이 시원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모기가 들어올까 봐 못 열어두고 있었는데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바로 숨고 어플에서 17만 원을 주고 슬라이딩으로 열 수 있는 롤 방충망을 현관에 설치했다.
덕분에 여름엔 한낮에도 현관문과 베란다문을 열어두면 선풍기를 틀어둔 것처럼 양쪽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잠깐만 문을 열어두면 언제 구웠냐는 듯 냄새가 쫙 빠져 아주 만족 중이다.
단점 1) 어디서 담배 냄새나지 않아?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겠냐만, 불행하게도 복도식에 30년 된 구축아파트인 우리 단지는 복도 맨 끝 비상계단이 흡연실로 변질되었다.
비상계단 바로 옆이 우리집이다 보니, 여름에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두면 가끔 담배냄새가 집에 들어오곤 했다. 분명 흡연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지만 누군가 떡하니 통조림으로 쓰레기통까지 만든 걸 보면 팻말 따윈 개의치 않나 보다. 구축아파트라 대부분 오래 살고 계시기도 하고 주민들의 나이대가 높은 것이 그 이유인 듯하다. 담배는 내려가서 피워주세요 젭알...!
단점 2) 아이들 하원시간이군!
복도 쪽에 가까운 작은방은 내 일터이다. 한참 일을 하다 오후 5시가 되면 옆집 아이들이 우당탕탕 소리를 지르며 뛰어오는 알람이 울린다. 창문이 모두 닫혀 있음에도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는 꽤 크게 들린다.
가끔은 아이들이 복도에서 킥보드를 타며 소리 지르는 통에 화상 회의를 하는 내내 마이크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던 적도 있다. 창문을 열고 일하던 여름에는 본의 아니게 복도에서 전화를 하는 주민의 통화내용도 들을 수도, 눈이 마주쳐 놀라고 민망한 순간이 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눈이 올 땐 문만 열면 눈을 바로 만져볼 수 있기도, 다른 집의 집밥 냄새를 맡기도, 햇빛이 쨍쨍한 여름엔 현관문 손잡이가 뜨겁기도, 복도식인 덕에 2개의 엘리베이터를 편히 이용하기도 하며 장단점이 늘 공존하는 것 같다.
사실은 위 장점으로 언급한 것들은 나름 여기서 잘 살아보려는 긍정의 합리화이다. 날씨고 환기고 나발이고 다음엔 계단식 아파트로 이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