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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Dec 12. 2023

혼수 3대 고모님을 아시나요?

Part14. 3대 이모님 말고 고모쯤 그 어딘가.

우린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신혼부부다. 집이 좁은 이유도 한몫하긴 했지만, 신혼 초반에는 최대한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겠는가. 살다 보니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막상 삶의 질을 높이기도 하고, 언제 없었냐는 듯 이젠 없으면 안 될 물건이 되기도 했다. 오늘은 생각지 않은 물건이지만 의외로 신혼 삶의 질을 높여준 몇 가지를 떠올려봤다.





1) 에어프라이기

한줄평 : 신혼집 식탁은 에어프라이기가 있기 전과 후로 나뉜다.


신혼 초반엔 남편이 자취 때 쓰던 전자레인지를 뒀었다. 음식을 데울 때 필요한 전자레인지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엇 이것도 에프기 돌려야 되네."

장을 보러 가면 먹고 싶은 냉동식품들 대부분 '에어프라이기 00분'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카트에 담았다 빼기를 몇 번 하다 보니 그놈의 에어프라이기에 관심이 생겼고, 이왕이면 군고구마나 빵을 구울 오븐 기능이 같이 있는 것을 찾아봤다.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비스포크 큐커)

정말 예전엔 어떻게 살았나 싶다. 에어프라이기가 있으니 생선도 냄새 걱정 없이 구울 수 있고 무엇보다 기름 없이 튀김요리도 가능하니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 덕분에 신혼밥상 메뉴가 더 풍부해진 것은 덤! 집에서 해 먹을 요리 범위가 넓어졌다.




2) 블라인드

한줄평 : 사생활 보호 필수템 & 영화관 분위기 내기


신혼 초반엔 베란다에 딱히 커텐과 블라인드를 달지 않았었다. 저층도 아닐뿐더러 평일에는 저녁에나 집에 있고 주말 낮도 잠깐이라 오히려 집에 들어오는 채광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녁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으면 앞동 복도에 센서등이 켜지는 것이 보였고, 주말에 영화라도 볼라치면 햇빛이 반사되어 티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오동나무 원목 블라인드 (오늘의집에서 구매)

전체를 뒤덮어 답답해보이는 커텐보다 편의성도 고려하여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전동드릴로 셀프 설치가 필요했지만 한 번 고생 후엔 지금까지 너무나도 잘 쓰고 있는 아이템이다. 원목이라 전체를 펼치면 낮에도 영화관 분위기를 낼 수 있어 1석2조다.




3) 빔프로젝터

한줄평 : 안방엔 TV 대신 빔! 세상 참 좋아졌어


가끔 거실에서 TV나 영화를 보다가 누워서 편히 보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날이 추울 땐 뜨듯한 전기장판과 이불 속에서 영화 한 편 리는 건 우리의 소박한 로망  하나였다.


안방 영화관 OPEN

빔프로젝터에 핸드폰만 연결하면 미러링되어 넷플릭스 등 각종 OTT와 유튜브를 볼 수 있다. 스크린은 따로 구매하지 않고 붙박이장에 빔을 쏘고 있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질과 음질이 좋아서 매우 만족 중인 아이템이다. TV 모니터와는 느낌이 완전 다른 갬성템 추천!




4) 기타 : 손님용 침구, 장바구니, 칠판


가끔 친한 친구나 친동생이 집에 놀러 왔다가 자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두터운 토퍼와 이불을 깔아줬지만 다음날 일어난 동생은 딱딱한 바닥에 혀를 내둘렀다.

"나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어^^"



이렇게 다들 홈쇼핑에 빠지게 되는군요

접이식 매트를 사둘까 고민하던 찰나에 우연히 홈쇼핑 채널에서 에어매트를 발견하고 질렀다. 원버튼으로 공기를 자동 주입, 제거가 되며 남편이 누워도 넉넉한 크기라 손님용 침구로 잘 쓰고 있다. 캠핑 갈 때도 유용할 것 같다.



장보러가는 남편의 바람직한 자세..

집 앞 5분 거리에 이마트가 있어 매주 장을 보러 간다. 주말엔 주차대란에 오히려 차로 가면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 주로 걸어가는 편이다. 양손 무겁게 짐을 들고 오는 것도, 매번 종량제 봉투를 사기에도 아까워서 이케아에서 장바구니 일체형을 샀다. 크기도 큼직하고 손쉽게 바닥에 끌고 다닐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대신 계산대와 횡단보도에서 종종 다른 사람들의 이목 수 있다.)


여보 이거 다 떨어졋어! -응 적어둘게!

마지막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편리한 아이템은 칠판이다.


예전엔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없는데..  결혼 후엔 매주 뭐를 사야 하는지, 뭐를 먹을지가 최대 고민거리다. 생각날 때마다 매번 핸드폰 메모장을 켜는 게 귀찮아서 이따 적는답시고 까먹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금은 칠판을 사서 하나는 냉장고에 붙이고 한 주의 식단을, 하나는 자주 보이는 벽에 붙여 사야 할 것들을 적어두고 있다.




우리 집엔 흔히 혼수 3대 이모님으로 불리는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가 없다. 재택근무라 출퇴근 시절보다 활동량이 적어서 최소한의 집안일이라도 해야 죄책감이 줄어든달까. 는 사실 뻥이고 가격 대비 아직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자칭 3대 고모님(?) 에어프라이기, 블라인드, 빔프로젝터와 함께 생활 중이다. 없어도 사는 데 문제가 없던 사소한 것들도 막상 있으니 삶의 질이 높아진 것처럼, 3대 이모님도 있으면 분명 그렇게 느낄 것 같긴 하다. 더 넓은 평수로 이사가게 되면 고려해봐야지!(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렇게 맥시멀리스트가 되나 보다)



다음편) 복도식 아파트의 분명한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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