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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그림씨 Mar 08. 2023

함께 한다는 게 정성이지

엄마 퇴근하기까지 저녁 준비를 딸애랑 한다. 아빠랑 콩나물을 다듬어 보자고 했더니 자리를 잡고 앉아 금세 야무지게 콩나물 대가리 껍질과 잔뿌리를 잘 떼낸다.

혼자 살 때야 대충 잔뿌리 떼내면서 물로 몇 번 헹구고 국을 끓였는데, 이제는 음식 하나 챙기는데도 손 한 번이라도 더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빠와 콩나물 좀 다듬었다고 금세 콩나물 다듬는 저와 아빠를 패드에 그려놓고 자랑을 한다. 저녁 식탁 앞에 콩나물국을 덜어줬는데 제가 다듬은 콩나물이라고 제법 젓가락질하며 콩나물을 입에 넣는다.

언제 하나하나 손질하고 다듬을까 하던 게 고사리손 하나 붙었다고 못생긴 머리도 떼어내고, 얼기설기 엉킨 잔뿌리도 떼어내면서- 손을 던다.

오늘따라 콩나물국 모양이 정갈하다.

못생긴 대가리, 엉킨 잔뿌리를 그냥 한 냄비에 끓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 수고로움, 정성에 대한 마음가짐만으로도 국은 더 다른 맛을 내는 것 같다.

뜯어내고 떼낼 게 귀찮아서 그럴 뿐이지, 또 그냥 대충한다는 게 저 혼자선 대범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제 국 하나 끓일 때야 설령 걸레를 빨아넣었다 해도 뭐라할 사람이 없겠으나, 누구 하나 밥상 같이 한다치면 또 다른 갸륵한 정성이 붙는 게 당연한 본분이 아닐까 한다는.

함께 한다는 게 다 정성이지...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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