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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때가 온다

by 조그림씨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오자마자, 피곤했는지 내 품 안에서 이내 잠들어버렸다. 뒤척이다 깰까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가, 다시 녀석을 안아 들고 침대에 뉜다. 녀석을 바라보면서, 이제 "너의 때가 온다."라고 곤히 자는 녀석에게 속삭인다. 그러하다.


너의 때가 온다

박노해


너는 작은 솔씨 하나지만

네 안에는 아름드리 금강송이 들어있다

너는 작은 도토리알이지만

네 안에는 우람한 참나무가 들어있다

너는 작은 보리 한 줌이지만

네 안에는 푸른 보리밭이 숨 쉬고 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

너는 지금 모르지만

너의 때가 오고 있다


-박노해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2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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