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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을 앞에 두다

by 조그림씨

딸아이 곁에서 학습지 과제하는 걸 바라본다.

녀석이 요새 부쩍 떼쓰기가 늘었다.


그만큼 녀석도 세상일이 이제 제법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갈 때이고,

뜻처럼 되지 않음에 제 편에 붙어있는 아빠한테 속풀이를 하는 게다.

겨우 숫자 덧셈을 하며 3 더하기를 해나가는데

자꾸 셈이 틀리다고 하니 수학이 젤 싫다고 짜증 내는...


덧셈에 손가락 꼬물꼬물, 창밖 바라보며 암산하는 시늉도 하다가...

지우개똥을 몇 번을 털어낸다.


가만히 지켜보면 한글 익히기도 받침겹자음을 따라 써보고 소리 내 읽기도 하는데,

늘 산수를 한글 익히기보다 먼저 꺼낸다.

수월한 걸 뒤에 두는 걸 보면 내 성정과는 닮지 않았다.


고난을 앞에 둔다...

넘어지는 건 시간문제이나 다시 곧 일어서느냐 아니면 덮어두느냐의 차이.


그러니 그 고난을 제가 짊어 다시 연필을 쥐니 다행이다 싶으면서...

그저 제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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