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급격한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직업교육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직업교육은 더 이상 취업을 위한 준비 단계가 아닌, 개인의 생존과 성장 더 나아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챕터에서는 AI시대 직업교육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AI 시대, 직업교육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①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 ②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그리고 ③ 인간과 AI의 긍정적 협업 관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이 세가지 요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의 급격한 발전은 노동시장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며 기존 역량의 수명을 짧게 만들고 있다. AI는 단순한 육체노동이나 반복적인 사무 작업을 넘어 고도의 인지능력이 필요한 영역까지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직무는 사라지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의료기술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개인은 생애 전반에 걸쳐 여러 차례 직업을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노동자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직업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둘째,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도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72명에 불과해 저출산·초고령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생산가능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한 연구에 따르면 2032년까지 연 2%대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약 89만 4천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력 격차를 해소하려면 AI 도입과 함께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전환교육, 즉 직업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김상호 외, 2024).
셋째, 인간과 AI가 긍정적인 협업 관계(Positive HI-AI Relationship)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도 직업교육의 핵심 역할이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예측에서 강점을 보인다면, 인간은 공감, 설득, 창의성과 같은 사회적·인지적 역량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따라서 미래의 직업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역량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다운 강점을 강화하면서 AI와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AI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스킬, 소프트스킬, 메타스킬 세가지 스킬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반가운 외, 2021).
첫째, 디지털 스킬(Technical Skill)은 데이터 분석, AI 도구 활용, 프로그래밍, 디지털 리터러시와 같은 기술 역량을 포함한다. 특히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며, 더 나아가 기존 직무와의 결합을 통해 활용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에서 의사가 AI 진단 시스템을 활용하여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의사 본인은 환자와 의사소통에 집중하는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AI와 결합을 통해 기존 전문성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강화될 수 있다.
둘째, 소프트스킬(Soft Skill)이다. 공감, 설득, 의사소통, 팀워크, 리더십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은 창의적 문제 해결과 사회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최종결정을 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스킬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가 제시해준 내용을 토대로 조직 내 전략을 세우더라도 전략에 대한 내용을 구성원과 의사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결국 리더의 역할이다. 따라서 리더십과 의사소통과 같은 소프트스킬(Soft Skill)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핵심역량으로 남는다.
셋째, 메타스킬(Meta Skill)이다. 메타스킬은 앞 두 스킬을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하게 하는 상위 역량이다. 자기주도 학습, 문제인식 및 해결전략 수립, 비판적 사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AI 제시하는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맞게 고려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메타스킬이 이 경우 활용될 수 있는 역량이다. 이는 개인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전체가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 집단적 메타인지가 형성되어야한다.
이러한 디지털스킬, 소프트스킬, 메타스킬에 대한 교육이 국가, 학교, 그리고 일터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AI 시대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반가운 외, 2021).
AI 시대의 직업교육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총체적 역량 개발과 유연한 교육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방향이 제시된다.
첫째, 직업교육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당장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증 따는 것처럼 ‘단기적인 실무 능력’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넓고 깊은 역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힘, 다른 사람과 원활히 소통하고 협업하는 힘,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배우고 내 일에 적용하는 힘 같은 것이다. 이런 능력이 있어야 기술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둘째, 다양한 학습 방식과 평생학습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전통적인 강의 중심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플립러닝, AI 기반 학습 환경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VR, AR, 메타버스 등 에듀테크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학습 환경도 확대되어야 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지속적인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을 통한 평생교육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반가운 외, 2021).
셋째, AI 격차 해소와 포괄적 교육 기회 보장이 필요하다. 디지털 접근성과 AI 활용 능력의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취약계층은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기 쉽다. 국가 차원에서 AI 디바이드(AI Divide)를 줄이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하며,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맞춤형 직업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김상호 외, 2024).
AI 시대의 직업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인간이 AI와 협업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돕는 과정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스킬, 소프트 스킬, 메타 스킬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교육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포괄적으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직업교육은 개인에게는 생존과 성장의 발판이 되고, 사회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KIAT_2025_인공지능(AI) 시대 인력 개발의 미래.pdf
김상호·이윤진·박동찬·박동·채창균.(2024).인공지능 시대의 직무변화 및 인적자원개발 전략.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보고서
반가운·김봄이·남재욱·김영빈·오계택·최혜란·조은상.(2021).AI 시대, 미래의 노동자는 어떠한 역량이 필요할까?.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보고서